예전에 삼대통신망이 시발점이 되어 무협에 판타지며 퇴마물이며 대체역사에 전쟁소설까지 무슨 폭탄이 터지듯 쏟아져 나오던 시절이 있었죠. 황금기가 지나쳐서 종국에는 문고판 아타리쇼크가 일어났지만요.
그런데 의외로 현대판타지라는 장르만큼은 통신망에서 상당히 드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보니 이십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걸 능가하는게 있을까 싶은 헤르메스의 기둥 같은 작품은 현판의 바이블 같은데 순문학의 이름으로 나왔었네요.
암튼 열권 스무권이 넘어가는 분량폭행을 통해 쏟아져 나오던 암흑가의 이야기, 재벌의 이야기, 기업의 이야기들을 주요 소재로 다룬 초기 현판들은 엑스세대(…) 위주였던 온라인 연재가 아니라, 동네 아재들 소굴이던 만화방 중심으로 공급되었던 기억이 있네요.
이시절 현판을 보면 마치 짠 것 처럼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적나라한 노선들이 있었습죠. 이 노선들을 굳이 점잖게 이름붙이자면, 살짝 낯부끄러울 정도의 성공신화. 거의 남근숭배에 준하는 마초전개. 노골적인 오리엔탈리즘 따위가 될텐데요.
좋게 보자면 요즘 우리가 열광하는 사이다의 초기형태라고 볼 수도 있고, 나쁘게 보자면 구시대적 남성상에 함몰된 아재들의 정신적 자위수단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마 너무 노골적으로 아재 판타지를 자극하기 때문에 오히려 보기 불편할때도 있어서, 지금은 다 지난 작법이고 유행입니다만.
소개드릴 작품은 확실히 좀 과하지만 그게 불쾌까진 아니라는 인상이랄까요. 트랜드를 따르려는 노력이 엿보이고 성과도 있어 보이지만, 어쩔 수 없이 풍겨나오는 아재감성을 숨길 수 없달까요. 읽고 있자면 그시절 만화방으로 돌아간듯한 환상이 보인달까요. 뭐 그런겁니다.
작품을 소개하자면 ’선도하던 수행자가 백두산에서 이천년묵은 강시랑 퓨전합체하여 세계를 주무르고 차원을 주무르는 이야기' 입니다. 여기에 성공과 마초와 오리엔탈리즘이 짜게 버무려져 있습죠.
과한게 싫고 시크한게 좋은 독자들에겐 취향에 안맞을 수 있습니다만, 구도가 좀 과하다 싶을때는 어차피 소설인데 개썅마이웨이면 어때 하고 보면 재밌습니다. 전개가 좀 너무 갔다 싶을때도 어차피 혼자 보는데 사소한건 신경 끄고 보면 즐겁습니다.
형식이나 유행을 떠나 이야기가 주는 힘 만큼은 틀림없이 있어요.
혼잣말에 곡조를 싣는 분이라면 향수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어↗디↘~히 보자↘아~ 오늘은~ 뭘↗~ 봐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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