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제 주변에는 꽤 허세 가득한 형님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종종 제게 이런 말을 하곤 했었죠.
“남자라면 말이야. 자동차나 카메라, 헤드셋. 이 3개 중에 하나에는 관심이 있어야지.”
이게 뭔 개뼈다귀 발라먹는 소리인가 싶지만, 아직 민증도 발급받지 않은 제게 그 말은 영혼을 강타하는 말이었습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죠.
머저리였냐구요?
너무하시네. 뭐가 뭔지도 모를 나인데 이해해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실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머저리였다는 걸.
그 뒤로 자동차에, 카메라에, 헤드셋에 이리저리 찔러보며 간을 보다 용산 어딘가에서 중고 카메라를 미친 듯한 가격에 구매했으니까요.
그래도 그 덤탱이 쓴 카메라를 애지중지하면서 가지고 놀았더랬죠.
별거 아닌 사진을 찍은 다음에 유명한 사진사의 작품이라 구라도 쳐보고 친구 여권 사진 대신 찍어주겠다면서 깝쳐도 보고.
마냥 재미있던 기억이었습니다.
[천재 작가의 SSS급 카메라]
오늘 추천해드릴 작품은 그런 제 오랜 추억을 불러일으킨 작품입니다.
20대 초중반의 주인공, 유선형.
카메라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실력이 있지만, 생활고에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처분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카메라에 대한 애정은 못 버리겠는지 싸구려 카메라를 하나 구입하죠.
그런데 웬걸, 퀘스트 메시지?
우리의 주인공 선형이는 사진기가 내어주는 퀘스트를 완료하고 그 보상으로 사진을 찍으며 승승장구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필체와 분위기를 뽑을 수 있겠습니다.
필체가 꽤나 차분합니다.
분위기 또한 자극이 많지 않아 차분한 편이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편안히 숨돌리며 읽게 됩니다.
그럼 재미 포인트가 없는 거 아니냐고요?
설마요!
주인공이 사진기가 내어준 퀘스트를 완료하여 얻게 되는 스킬과, 그 스킬을 적극 활용하여 매력적인 사진을 뽑아낼 때는 나름의 뽕 맛이 있습니다.
물론 이 뽕이 강하지는 않지만, 스킬을 얻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기대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매력적인 미인들.... 이 아니라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소재가 소재인지라 대부분의 캐릭터가 SNS 인플루언서나 모델과 같은 직업이지만, 저마다 사연과 개성이 있어 보는 내내, 마치 실존 인물을 보는 것과 같은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어떤 장점보다도 제가 이 글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작가님이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나름의 생각들 때문입니다.
사진사와 모델 간의 교감, 그리고 사진이 가진 매력.
작가님은 카메라와 사진을 단순히 하나의 출세 수단으로 삼는 것이 아닌 인물을 탐구하는 매개체로써 사용하였습니다.
웹소설이니만큼 일부로 무겁고 심오한 내용은 다루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만, 작품 중간마다 보이는 작가님의 생각과 고찰들이 제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더군요.
아마 저와 같이 카메라를 가볍게나마 만져 본 적이 있으신 분이라면 분명 깊이 공감하실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카메라의 관심이 없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실만한 내용이고요.
고작 20화 남짓밖에 되지 않아 아쉬운 작품.
작가님의 필력과 고민에 비해 성적이 낮아 더더욱 아쉬운 작품!
[천재 작가의 SSS급 카메라] 의 추천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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