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하 작가님은 본래부터 직장인물을 써 오셨고, 디테일한 업계 묘사와 실감나며 사람 냄새나는 인간 드라마가 매력적인 작가였습니다.
그런 서인하 작가님이 “웹소설 편집자”라는 소재를 택했을 때, 개인적으로도 이에 무관치 않은 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당연히 끌릴 수밖에 없었지요.
이때까지 여러 직업 전문가물이 나왔고, 소설 편집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글이나 작가의 성공 가능성을 알아볼 수 있는 특이 능력을 가진 주인공
아니면 과거로 회귀해 시장의 흐름을 안다는 점을 통해 ‘미리 성공하는’ 이야기들이 주였습니다.
반면, 이 ‘덕후들의 전성시대’는 주인공이 좀 많이 유능할 뿐 그러한 초능력도 없고, 또 작품의 진행 시점도 현재 지금 여기입니다.
주인공의 업무 능력은 비현실적으로 좋지만, 그 좋은 능력을 이룰 수 있었던 요인은 작중에 개연성 있게 설명됩니다.
거친 체육계 학창시절을 보내며 생긴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성격과 사교성
골프 캐디 일로 ‘사장님’들을 대접하며 단련된 갑질 면역과 인간 관계 컨트롤 실력
그리고 십수년간 장르 소설을 엄청나게 읽으며 생긴, 트랜드와 작품을 보는 진짜 안목
이 소설은 if를 다루긴 하지만, 업계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며 승승장구하는 이야기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웹소설 업계가 크다고 해도, 매니지먼트나 출판사 하나는 대기업 플랫폼의 자금을 이길 수 없고, 그 안의 일개 직원은 큰 돈을 움직이거나 사회적 파급 효과를 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웹소설 업계의 현황, 현 시점의 문제를 거침 없이 드러내며 가감하지 않습니다.
대기업 플랫폼의 작품 독점 강화 문제
중소 매니지먼트 사이에서 일어나는 작가 영입 경쟁
실시간 연재 작가의 멘탈 관리와 웹소설 작가라는 직업의 환경
사건사고에 따라 움직이는 작가들과 회사 사이의 갈등
‘장르 소설’에 대한 애정 하나로 시작한 일들이, 돈과 사내정치에 따라 갈리게 되는 씁쓸한 이야기
그리고 최근 화에서 다루게 된,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노블코믹스 제작상의 난점과 그 환경까지
웹소설 작가라면 몰라도, 편집자는 아무리 성공해도 사람들의 동경과 선망을 받을 만한 직업이 되지 못합니다. 아마 그래서 같은 작가님의 다른 작품보다 반응이 뜨뜻미지근하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장르 소설을 오래 읽어 왔다면, 그리고 그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현 시장의 흐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오랜 기간 이 판에서 소설을 읽고 써 온 한 사람의 작가가 이 시장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지금 현재 이 판에 어떠한 문제가 있고, 또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 풀려 나갈 수 있을지를 실감나게 묘사하는 이 소설이 분명 마음에 드실 거라 생각합니다.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