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런 시대가 있긴 있었습니다. 고려 초기입니다.
귀족들은 각자 영지에 강력한 사병을 갖고 할거하면서도 꼬박꼬박 수도에 올라오고 자식들을 수도의 아카데미(?)에 보내 유학시킵니다. 왕은 그런 귀족들을 포섭하기 위해 혼맥으로 묶어둡니다. 다시 또 귀족들은 다음 왕위에 자신의 외손자가 앉기를 바라며 암투를 벌이고 왕은 이걸 관망하며 이용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충 백작 영애 연우로 TS빙의한 사학과 대학원생이 끼어듭니다. 기반이 약한 태자와 결혼해 시어머니가 29명인 최악의 시월드에 입성하기 싫었던 그녀는 이런저런 계략을 꾸미게 되는데...
이 작품의 장점은 추려보자면
1. 참신한 소재
고려 초기를 다룬 대역물은 흔치 않습니다. 고려 초기는 사료가 부족한 시대이지만 작가의 실력으로 '이 시대에는 진짜 이랬겠다'고 역사의 빈칸을 채워나갑니다.
2. 로맨스
TS된 만큼 주인공은 오랜 기간동안 정체성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러면서도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자상한 왕무의 매력에 빠져드는 과정이 일품입니다.
3. 똑똑한 조연들
대개 웹소설에서는 주인공을 띄워주기 위해 주변인물들을 바보로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연우는 미래를 알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학원생이니까요. 연우가 남의 손바닥 안에서 나름 계략을 꾸미면서 이득을 취하는 모습은 또다른 매력을 줍니다.
단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TS라는 소재가 진입장벽이고 엄밀한 고증을 원하시는 분들은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 과감히 이 작품을 추천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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