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풍현대판타지 #정통무협액션활극 #육각형재미
필력이 좋다는 말은 작가를 칭찬할 때 가장 보편적으로 쓰는 단어입니다. 소재가 좋아서, 전개가 매끄러워서, 서술이 깔끔해서, 캐빨이 맛깔나서 등등. 그 필력이 왜 좋은지를 어떤 기준으로 따지냐는 사람마다 다르지만요.
누구나 그런 기준을 갖고 있겠지만, 전 주로 대사를 봅니다. 제 경험상 대사 잘 깎는 작가들은 보통 서술이나 캐빨도 수준급으로 치더랍니다. 서술 괜찮은데 대사가 노잼인 경우는 있어도 그 역은 별로 성립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나 밑밥을 깔았으니 말하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그래요. 오늘 소개할 소설, <저승의 왕이 되었다>는 등장인물끼리 맛깔나게 티키타카치는게 장점인 작품입니다. 근데 소재도 신선하고 서술도 깔쌈합니다.
대사 맛있게 치는데 소재가 신선하고 서술이 깔끔하면 그냥 다 좋다는 소리 아니냐 하실텐데, 맞습니다. 이 소설은 그냥 다 좋습니다. 근데 이렇게만 말하고 끝내버리면 너무 짧으니까 조금만 더 자세히 말해볼게요.
<저승의 왕이 되었다>는 동아시아 민간설화 풍의 사후세계-통칭 저승이 실존하며, 모든 사람들이 그 사후세계의 존재를 분명히 인지한 세상을 배경으로 합니다. 저승 하면 뭐가 생각날까요. 갓쓴 저승사자, 죽어서 재판받고 지옥갈지 환생할지 정해지는 그런거 보통 떠오르죠? 그거에 21세기 스킨을 씌우고 어반판타지를 섞었습니다.
저승차사들은 나라에서 월급타는 공무원이고, 지옥에 군림하던 시왕들은 애저녁에 레볼루숑 맞고 나가리됐습니다. 저승 행정부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지역은 성불 못한 귀신 갱단들이 활개치며 매드맥스 지옥버전을 찍고 현세의 사람들은 저승사자와 싸바싸바만 성공하면 죽은 영혼과 소개팅을 가질 수 있습니다.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돌지 않나요? 이렇게 좋은 소재라도 프롤로그부터 대뜸 벽돌같은 글뭉치를 던져주며 설정을 소개하려 들면 뱉어내기 십상일텐데, 이 소설에선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세계관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사를 이 작품의 제일 가는 장점으로 꼽은 겁니다. 서술에 설정을 때려박지 않고 대사를 통해 배경을 이해시키는 재주가 있습니다. 웹소판에서 이게 되는 작가 많이 없거든요. 훌륭한 소재를 더 훌륭한 글솜씨로 다듬었습니다.
소재의 신선함도, 서술의 깔끔함도, 대사의 맛깔남도 모두 수준급인 웰메이드 웹소입니다. 편수도 30편 넘게 넉넉히 쌓여 있으니 더욱 좋습니다. 두루두루 잘 깎인 육각형 재미의 소설, 무베에서 건질 만한 웹소를 찾는 분들에게, 오늘은 <저승의 왕이 되었다>를 권해봅니다.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