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살다 제가 추천글을 쓰게 될 줄 몰랐네요
거기에다가,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빙의찬스가 고종에게도 오고 고종 아들내미한테도 오고 흥선대원군 손자한테까지 왔는데 민비한테는 그간 빙의찬스가 안 왔습니다. 드디어 왔습니다. 대체역사 소설은 여주빙의글이 거의 박멸하다 싶을 정도로 없는데 여주물로 가져온 작가님의 용기에 박수를 치고 싶네요.
대충 내용을 요약하자면 36년 군생활을 한 여성군인이 그렇게 싫어하던 민비한테 빙의해서 일본을 탈탈 털어먹는 소설입니다. 회차수가 그리 많지도 않은데 신박한 방법으로 계속 털어먹습니다. 원패턴도 아니고 방법이 매번 달라요. 살다살다 일본이 불쌍해보이는 건 처음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높게 치는 부분은 핍진성이 굉장히 높으면서 어그로는 계속 끈다는 점입니다. 이분 전 소설이 어그로가 부족했지 내용은 신박하고 고증은 좋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보면서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부분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대역소설만 읽지 역사를 그렇게 빠삭하게 잘 알지는 못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냥 이분이 조사를 많이 하신 거 같더라고요.
일단 개연성을 막 적어도 되는 존재 자체가 치트키인 인물들을 너무 잘 활용했습니다(고종, 니콜라이 부부, 카이저 등) 마치 패튼이 미친짓을 해도 아 이건 패튼이니까··· 하면서 넘어가지 않습니까? 그걸 잘 활용했습니다.
전투신은 단순히 화력 짱! 이 아니라 전술/간부/무기/식량보급/프로파간다 이런 세부 카테고리 부분을 각각 제대로 다루어서 에피소드로 만듭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전투가 자주 일어나도 반복되는 느낌 없이 잘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외에 타 국가도 연구를 많이 한 게 보이는데요. 일본의 조슈 - 사쓰마 - 내각 체제 묘사가 탁월하며,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묘사도 너무 좋습니다.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더군요. 개인적으로 영국 묘사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민비를 다루는 방법이 너무 좋습니다. 정확하게는 빙의한 사람이지만요. 19세기 외교를 과부인 민비가 섭정으로 해내간다는 거 자체에서 신선합니다. 근데 그걸 또 잘 살렸더라고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과부 포지션을 오히려 레이디의 눈물이라는 필살기로 만들더군요. 그리고 내명부 소속인 궁녀를 적극활용하는 모습도 굉장히 참신했습니다.
더 쓰면 스포가 될 거 같아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대역좋아하시는 분은 최소 무료 부분까지는 다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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