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란에 글을 쓰는 건 자신의 취향을 남에게 내보이는 것이기에 조심스럽고 또 부끄럽지만 좋은건 나눠야 한다는 생각에 또 그것이 무료라면 더욱 나눠야 한다는 생각에 추천 글을 씁니다.
세컨드 라이프 : 전직 게임 개발자의 이계생존 길라잡이는 40대 불혹을 넘긴 게임 개발자가 15살 소년의 몸으로 15살 즈음 입었던 복장과 소지품을 가지고 이계의 눈 덮인 숲 속에서 깨어나면서 시작됩니다.
당장 40대 아저씨가 이계, 중세 시대에 15살 소년의 몸으로 떨어지게 되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세시대를 학문으로 배운 현대인이라면 중세인들의 사고방식을 얼추 알고 있을 겁니다. 철저한 계급 사회, 사람의 목숨이 위 계급 말 한마디에 힘없이 사그라지는 세계라면 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될 건 신분을 속이는 것 일 겁니다. 그리고 당장 무력이 없으니 위기를 지혜를 통해 극복해 나가며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 주인공의 목표입니다.
제가 이 소설을 추천하는 이유는
1. 하렘 물이 아닙니다. 순애물에 가깝습니다.
물론 여러 여자가 나오기도 하지만 모두가 주인공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닌 오빠-동생의 관계나 여자 사람 친구, 짝사랑, 맞수 등의 다양한 형태로 이어집니다.
2. 등장인물들이 멍청하지 않습니다.
등장인물은 각자의 사명과 욕망 등에 의해 움직이며 각자의 생각을 하고 움직입니다.
물론 작가님 한 사람의 생각인 만큼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글을 읽으면서 눈살이 찌푸려지게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한 부분은 없고 모두가 ‘그럴 수 있겠다.’고 이해할 만한 수준입니다.
등장인물이 멍청하지 않다는 것은 주인공 또한 마찬가지인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를 항상 생각하며 움직입니다.
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바로 결혼에 골인, 지구 안녕! 하며 목표를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고향으로 돌아갔을 경우를 가정하고 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고민해 나가는 모습이 매우 인간적입니다.
캐릭터가 굉장히 입체적이죠.
3. 이계인 들을 단순한 무지몽매하게 표현하지 않습니다.
현대에서 살다 왔다고 중세 사람들보다 더 다양한 지식을 머리에 담았다고 실생활에 바로 쓰일 수는 없습니다. 농사짓는 법을 안다고 농사를 지을 수 없듯, 총의 원리를 안다고 총을 만들 수 없듯이 말이죠.
토지에는 토지에 맞는 경작법이 있고 이들은 몇 대를 걸쳐 농사를 지어 왔는데 주인공의 말 한마디에 경탄을 금치 못하며 치켜 세어주는 작위적인 천재 만들기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현대인의 발상이나 40대 불혹의 경험 등은 주인공이 수렁을 해쳐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4. 분량이 풍족합니다.
150화에 이르는 분량이면서 글의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매화 매화가 흡입력 있고 적절한 복선은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가 되어 질리지 않게 해줍니다.
단점으로는
1. 초반의 글에서 옛것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이글이 리메이크작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글 초반부에 과거에 유행하던 스타일의 문체가 언뜻 보입니다. 글 후반부에선 느낄 수 없지만, 초반부에서 약간 불편한 감정이 들더군요.
2. 주인공이 힘을 가지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립니다.
보통 이 계 진입 물이라면 초반부터 강한 힘을 가지고 악을 부수는 천하무적형 전개가 유행이지만 주인공은 40대 아저씨가 15세 나이로 회춘해 이 계에 떨어진 게 다입니다.
위기 상황을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입과 머리를 써서 헤쳐나가야만 하니, 주인공이 힘으로 모든 걸 굴복시키며 나아가는 빠른 전개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글이 아주 답답하실 겁니다.
저는 이 글을 매우 만족스럽게 읽었기에 더 이상의 단점은 찾기 어렵네요.
PS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라노벨인줄 알았지만 아닙니다.
제목이 참 뭔가 껄쩍지근 하지만 저것만큼 잘 설명된 제목도 없으니 아이러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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