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그저 운명이외다.”
김동인의 소설 배따라기에서 형을 만난 아우의 말이다.
운명이란 무엇일까?
샤르트르는 인생은 BCD라 하였다.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다.’
내가 생각하는 운명은 무엇인가 선택을 통해서 파생되는 흐름이라는 생각을 한다. 여러 선택을 통해서 그 방향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크게 지구, 우주, 타차원 우주로 배경을 나눌 수 있다. 그 중에서 지구파트에서는 게임시스템을 차용한다. 이 부분이 싫을 수도 있지만 이것은 외계인이 지구인에게 익숙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제공된 시스템일 뿐이다. 또한 이것은 나중에 가서 결국 사라진다. 왜냐면 이 소설에서 강함을 결정하는 것은 운명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운명의 크기가 커지거나, 타인의 운명을 먹어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강하다. 그는 끊임없이 싸우고 단 한 번의 고민도 없이 목표를 향해서 달려 나가는 야생마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고민하고 갈등한다. 이는 소설 속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주인공은 다르다. 그가 강한 이유와 그가 매력적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주인공과 함께하면 영광은 누리지 못하지만 ‘승리’는 항상 따라오니까... 그렇기에 행복하지 못한 주인공의 승리는 처절하게 느껴진다.
지구파트에서 주인공은 강해지고 성공하지만 부와 권력을 누리지 않는다. 왜냐면 주인공은 ‘복수’를 해야 되고, 그 복수는 너무나도 멀다. 그래서 같이 글을 읽는 입장에서 대리만족 요소는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인공과 같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을 이해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주인공의 운명은 ‘부정’이다. 이 소설에 흥미로운 점은 운명을 가진 자가 다른 운명을 먹어치우면 급격히 강해질 수 있다. 운명이 클수록 그 한계를 탈피하고 강해질 수 있기에 주인공처럼 흔들리지 않는 주인공이 더욱 매력 있게 다가오는 소설이다.(유료화시점이 주인공이 지구파트에서 활약하고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이다. 이 점이 이 소설의 진입장벽1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다보면 내가 정준 캐릭터가 죽는 경우가 발생해서 소설에서 하차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진입장벽2)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이것이 소설이기는 하지만 압도적으로 강력한 적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사는 게 가능한지? 그렇기에 이 소설은 설득력을 지닌다. 또한 작가가 설득력 있게 글을 잘 풀어낸다. 이 소설 속 주변 인물들 역시 저마다 상처가 있다. 그것은 그들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운명을 강화시킨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여기서 호불호가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판타지 소설을 대리만족으로 읽는다. 현실은 시궁창이니까 소설에서 주인공과 주변인물에 투영해서 그 단맛을 간접적으로 느끼고자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을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 소설은 ‘비장미’가 넘치는 소설이다. 단맛은 없지만 묵직한 맛이 있는 ‘에스프레소’같은 소설이다.
주변인물은 대표적으로 추영진, 불꽃-비, 이진희를 들 수 있다. 소설 속 최혁과 조연들이 이루는 하모니 속에서 피어나는 멜로디가 조화롭다. ‘영광’이라는 운명을 지닌 불꽃-비와 ‘부정’이라는 운명을 지닌 최혁 그리고 친구들의 행복, 자신을 살려준 최혁의 행복을 비는 이진희의 운명은 서로 얽혀서 그들을 공감하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그들은 우주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서로의 운명과 타인의 운명과의 충돌 속에서 싸우게 된다.
소설 속 세계관이 우주적이다. 하지만 작가의 전작(차원&사업)에서도 그랬듯이 작가는 이런 스케일을 재밌게 잘 풀어낸다. 지구보다 더 재밌는 부분이 우주였다. 세계관이 커지면서 강해지는 최혁을 따라가면서 보는 재미는 마치 달리는 야생마에 올라탄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중간에 불규칙한 연재는 말이 멈추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진입장벽3)
이 소설은 해피엔딩이다. 참으로 해피엔딩 같지 않은 해피엔딩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아쉽다. 에필로그가 없었으면 더 여운이 남는 소설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극으로 끝났다면 비장미가 더 심화되어 나를 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해피엔딩으로 전개할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전개를 다르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또한 제목을 보면 심판은 맞지만 과연 군주가 어울리는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심판의 군주’보다는 ‘심판자’가 어울리는 제목이었다. 또한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작가는 열린 결말을 좋아한다.(진입장벽4) 물론 나는 열린 결말이 이 작품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에필로그를 포함하면 열린 결말이 아닐 수도 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운명이란 무엇인가?
‘최혁’과 등장인물의 운명을 통해서 삶을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이 글을 추천한다.
오늘은 달달한 카라멜 마끼야또가 아닌 아메리카노 한잔 하는게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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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 솜씨로 이 글을 추천하고자 하는 이유는 좋은 글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제 기준에 2016년 문피아 최고의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혹시나 작가님이 이 글을 보신다면: 작가님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에는 초콜릿 케이크가 어울립니다. 다음 작품에는 초콜릿 케이크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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