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추천 글을 올리네요.
<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이 소설은 1914년 독일 김나지움을 다니던 한스가 이등병으로 입대해 1차 대전에서 전차병으로 구르는 이야기입니다.
회귀나 환생이 아니기에 훨씬 생생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생생하다’는 건 구르고 또 구른다는 뜻입니다.
에릭 홉스봄이 극단의 시대에서 평했듯, 1차 대전은 대량생산 체제 산업화 사회에서 벌어진 진정한 의미의 총력전이었습니다. 중세의 전략과 근대의 무기가 충돌한 전쟁, 누구도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오리라 짐작하지 못했던, 그런 전쟁이었죠.
독일군 이등병 한스는 그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인물입니다.
학교에서는 왕따, 집에서는 남자답지 못한 아이. 평소 가정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는 한스에게 입대를 명하고 어머니의 반대 속에 한스는 군에 입대합니다. 한스에게 선택지는 가출 아니면 입대 둘 뿐이었습니다. 현실도피죠.
입대 후 프랑스, 독일 군과 맞붙은 최전방에서 한스는 지옥같은 참호전을 경험하게 됩니다.
포격에 패인 땅에 떠다니는 시체, 시체를 파 먹고 고양이만큼 자란 쥐, 의병제대를 위해 적 저격수에게 손을 내미는 병사들, 어떻게 하면 탈영수 있을지 고민 중인 병사들, 참호 곳곳에 널린 오물, 순무와 톱밥으로 만든 빵 등등. 소설은 이등병 한스의 눈으로 그 끔찍했던 1차 대전 참호의 상황을 여과 없이 전달합니다.
작가는 여기서 대중에게 한발 더 다가 갑니다. 바로 이등병 한스의 성장이죠.
이등병 한스는 노획한 영국 마크 전차(mk 시리즈, 세계 최초의 전차)를 운용하게 되고, 전차에 눈을 뜹니다. 전차의 장단점과 개선점, 보병의 대 전차 전략을 구상하고 점점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여기서 한스의 건의를 받아준 인물로 그 유명한 사막의 여우, 에르빈 롬멜이 등장합니다. 당시에는 보병 소위였죠.
독일 전차병 버전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는 듯한 아주 멋진 소설입니다. 네, 그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소블 소위같은 인물도 있습니다ㅎ
88화, 40만자가 넘게 연재된 만큼, 느긋하게 충분히 읽고 즐기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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