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벽담의 이야기를 들었다.

옛 성채의 든든한 벽이었을 것이 분명한 돌무더기 앞에서, 나는 늙은 나팔꽃의 이야기를 흥겹게 들었다. 

나팔꽃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이 기품있는 꽃은 해와 달의 좋은 벗이기에, 쉼 없이 꽃잎을 펼쳤다 휘감아 끌어올리면서 발목이 드러나지 않을까 아슬아슬하게 춤을 춘다.

그의 춤사위는 분명 살아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환상의 가장 기본이자 궁극의 경지는, 그 상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단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기사와, 절대 그려낼 수 없는 공주의 로맨스가 단지 한 줌의 활자로 살아나 내 망막에 비추이는 것.

이 글의 상은 살아있다. 작가는 칭송받아 마땅하고, 독자들은 훈연이 기가 막히게 된 낱말들을 곱씹으면서 눈 앞에 그려지는 평안함을 즐길 것이다.

그러니 만약 당신 또한 한때 냉소적인 애연가였다면, 우리의 회랑에 초대하고자 한다. 버릇없는 젊은이들이 ‘노친네들의 너구리굴’이라고 우리를 폄하하더라도, 니코틴보다 강력한 서사의 맛을 우리는 이미 알아버렸지 않은가.

담배가 아메리카를 넘지도 못했을 시절을 누벼 만든 낭만적인 화평은 오랜만에 행복한 잠을 선사할 것이다. 그 옛날 네크로맨서가 과수원을 차리기 전의 시대를 회상할 기회를 덤으로 얹어서.

[sublimat..]

인터넷 소설 흥하기 전에 출판소설에서 자주 써먹던 내가 극혐하던 부분을 재현하셨네.책 표지에 줄거리를 전혀 짐작할 수 없게 써갈긴 전문가의 평론이나 감상, 혹은 본문과 과연 관련있는가 의심되는 시적 문구

그래서 소설은 뭔 내용임?

[bi******..]

그 향수를 느끼셨다니 목적을 이뤄서 기분이 좋군요. 내용은 중세 정통판타지랍니다. 천민 출신 기사와 영주의 외동딸이 나오는 로망스요.

[니하파오]

그시절 이영도 작가님 작품은 정말 취향이 맞아서 좋아했는데... 그때 그기분을 느낄수 있을지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