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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67 김밥형
작성
21.10.08 21:41
조회
1,027
표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옴니버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30,903
추천수 :
4,420

지금은 아니고 적어도 2010년대 초반 즈음에, 탑이라는 소재가 정말로 참신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3회귀, 튜토하드, 지금은 조졌지만 신의 탑도 빼놓을 수 없죠.


탑이 등장하기 전에는, 그리고 지금도 대부분의 판타지-현판 장르에서 공간적 배경은 비슷비슷했습니다. 현판 헌터나 정판 소드마스터나 둥그런 초록별에 사는건 같으니, 앞으로 걸어나가면 온 세상 엘프 오크 고블린 다 하이파이브하고 돌아오는건 다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탑은 다릅니다. 넓찍한 지표면에 비하면 좁게 보일수밖에 없는 폐쇄적인 공간이죠. 지구는 넓고 둥그니까 앞으로 걸으면 세계일주 한번 때리고 원위치로 돌아올 수 있는데, 탑에서 앞으로 걷다보면 벽에 부딪혀서 이마가 깨집니다. 그럼 어디로 가느냐. 앞이 아니라 위로 가야죠. 등반의 목표는 정상에 있으니까요.


탑은 수평적이고 개방된 공간적 배경을 채택하던 그동안의 판타지에 폐쇄적인 공간과 수직적인 이동이라는 새로운 메타를 선보였습니다. 개방적이었던 배경의 스케일감을 확 줄여서 이야기의 밀도를 높였고, 탑의 정상에 올라 무야호를 외치면 끝나는 매우 직관적인 스토리라인을 탑재했으며, 그 과정에서 탑의 각 층-곧 각각의 에피소드를 다양한 컨셉으로 꾸며 독자에게 내보일 수 있었죠. 그 모든 요소를 간단히 정리해서, 탑은 참신하고 좋은 소재였었습니다. 2010년대에는요. 그리고 지금은 튜토하드와 13회귀가 등장해서 모든걸 끝내버렸고요.


저는 위 두 작품이 나온 뒤로는 탑등반물에 대한 흥미를 잃었습니다. 앞으로 뭐가 나와도 그들의 파쿠리 이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서요. 그런데 이 작품이 그렇게 생각하던 제 대가리를 깼습니다. 그게 제가 오늘의 추천작으로 <회귀자의 열차가 너무 강함>을 들고 온 이유입니다. 서론이 엄청나게 길었네요.


13회귀나 튜토하드와 같은 마스터피스와 비교해서, <회귀자의 열차가 너무 강함>이 시작부터 싹수가 영롱한 소설은 아닙니다. 좋은 작품들은 프롤로그부터 힘을 빡 주거나 소설의 컨셉을 임팩트있게 보여주면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으려고 하는데, 여긴 좀 심심합니다. 열차를 어떻게 쓰는데 하고 들어갔다가 그동안 마르고 닳도록 우려먹힌 양판소 특)주인공이 통수맞고 회귀하는 도입부를 보고 에이 양판소네 하면서 뒤돌아 나온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탑 등반물 메타를 굳건히 세운 두 작품에 비비기엔 조금 손색이 있죠.


큰 줄기의 서사가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기에는 힘들긴 합니다. 주인공이 나는 통수친놈과 다르게 살겠다는 다짐도 너무 많이 봐왔던 것들이라 딱히 와닿지 않습니다. 어차피 최종보스 뚝배기가 회귀한 주인공한테 깨질 예정인 것은 뻔할 테고요.


그러나 이 소설이 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칼, 총, 빠따같은건 너무 시시하다! 나는 악당의 뚝배기를 색다르게 깨겠다고 호기롭게 외쳤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엇으로 깨느냐. 소설 제목처럼 열차로 깹니다. 철도를 달리는 그 열차 맞습니다. 천 톤짜리 쇳덩이로 내리치면 깨지긴 잘 깨지겠네요.


프롤로그를 지나면, 작가가 갈고닦은 무기는 그제서야 나옵니다. 정확히는 주인공의 열차가 등장할 때부터요.


이 작품은 주인공이 열차로 다 해먹는 소설입니다. 열차로 창도 만들고 쌍절곤도 만들고 빌런 부침개도 만듭니다. 열차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열차로 할 수 없는 것도 아무튼 열차로 해냅니다. 열차로 만든 창을 가져다가 붕쯔붕쯔 휘두르면서 호남선 남행열창槍 ㅇㅈㄹ하는데 그게 빵터지는 매력이 있습니다. 열차로 만든 창을 겨누고 엔진 풀악셀 밟아서 테제베마냥 시속 500km로 들이박는 짓을 하는데 그게 재미가 있어요. 서사보다는 소재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탑의 각 층의 배경이 실제 지구의 도시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2층에는 멕시코시티와 홍콩이 있고, 3층에는 파리와 런던이 있는 식으로요. 도시들의 실제 역사에서 모티브를 얻어 에피소드를 구상한 것도 좋았구요. 열차가 집이자 탈것이자 주무기인데 여기에 이것저것 코어를 박아서 강화시킬 수 있다는 설정도 성장물같은 요소로 느껴져 좋았습니다.


스포일러긴 한데, 코르테스에게 참교육당한 아즈텍처럼 인신공양을 저지르는 멕시코시티의 카르텔들을 주인공이 열차로 조져버리는 에피소드가 특히 인상깊었습니다. 혹시 찾아보실 마음이 드신다면 그 장면까지는 보고 판단하시면 좋겠습니다.


오탈자가 종종 보이는 단점이 있긴 하나, 서사로 끌고나가는 소설에서 오탈자가 보이면 몰입감을 해치지만 이 작품처럼 하루에 한편 슬쩍 가볍게 보고 즐기는 소설에선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 괜찮습니다. 오타가 보일 지언정 비문은 없다는 점에선 웹소설판 수준을 생각하면 감지덕지죠. 작가님이 이미 소설 하나를 완결낸 기성이라서 그런지 기본기도 평타 이상은 칩니다.


주인공의 열차펀치가 누구의 머리통을 깰지, 마개조한 열차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번뜩이는 소재를 잘 떠올리는 작가님이라서 그런지, 각각의 에피소드를 차지하는 도시들 고유의 배경설정에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있습니다. 언뜻 서로 상반된 듯한, 가볍고 막장스러운 소재에 무겁고 깊은 설정을 버무렸는데 그게 제법 잘 어울립니다.


무겁고 진중한 서사보다 가볍게 한두편 보고 웃을 수 있는 킬링타임 소설을 원하시는 분, 아까 호남선 남행열창 드립에 흥미가 생기신 분, 열차로 사람 뚝배기 깨는걸 좋아하는 분에게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화수도 넉넉히 쌓여서 한번 맛보시라 이렇게 추천글을 써봅니다.


기억하세요. 사람은 열차에 치이면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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