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는 하나의 장르다.
동명의 역사책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설인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이래, 삼국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영감을 줬다.
그 결과, 삼국지는 하나의 장르가 됐다.
하나의 장르가 탄생하면, 그 장르를 이루는 수많은 작품들이 만드는 흐름도 따라서 탄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원전의 흐름을 비트는 상당수 삼국지물에서 그 흐름은 '원전에는 없었던 드림팀 만들기'로 나타나곤 한다.
간혹 이런 흐름을 '포켓몬 모으기'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정사 삼국지로부터 1700여 년/삼국지연의로부터 600여 년이라는 세월이 쌓아온 역사적 인물/캐릭터가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루모로마노의 『삼국지 군벌가 둘째아들』은 이런 삼국지물 가운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작가는 2~3세기 중국 삼국시대-위진남북조 시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동안 우리가 삼국지라는 장르에 익숙해져 구렁이 담 넘듯 지나간 사소한(때로는 중대한) 사실들에 대하여 섬세하게 해석한다.
왜 유비와 조조는 대립할 수밖에 없었는가.
왜 순욱은 빈 찬합을 받고 죽을 수밖에 없었는가.
왜 손권은 유비를 배신할 수밖에 없었는가.
왜 삼국을 통일한 진은 5호 16국이라는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는가.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또.
소설·만화·게임·영상 등 수많은 매체 속에서 정형화되고 또 반복되는 질문에 이 작품은 새로운 답을 제시한다. 그렇게 삼국지 속 역사적 인물/캐릭터들은 비로소 오늘날의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인간으로 새로 탄생한다.
이러한 시도를 한 것은 『삼국지 군벌가 둘째아들』이 아마 처음도,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위치를 차지할 것은 분명해보인다. 일독을 권한다.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