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소설 작가가 자기가 쓴 소설의 시작 부분으로 들어가, 본의 아니게 주인공 자리를 꿰찹니다. 작가는 주인공에게 다시 그 자리를 넘기려 하지만.. 전개상 당연히 그렇게는 안되겠죠.
회귀물, 게임물, 메타 소설의 요소가 조금씩 섞여 있습니다. 초반부에는 레이드물인가 싶다가, 갈수록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한 군담 소설 성격이 강해집니다. (삼국지를 모티브로 한 세력 구도나 등장 인물이 많이 보입니다. 일반적인 판타지 세계관이라면 흥미를 떨어뜨리는 점이 될 수도 있는데, 메타 소설적인 요소-작가인 내가 삼국지를 참고함-를 좀 더 강화하면 삼국지 소설들처럼 독자들의 예측과 참견?을 유도하며 재미를 주는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최근 연재분을 보면 작가분이 이 점을 캐치하신 듯)
약간 걸리는 점은 극초반에 주인공이 소설 전개를 바로잡으려 하는 이유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거나, 다른 지구인들도 현실의 부를 위해 이계로 간다는 듯한 설명이 있는데 후반부 가면 그런 이야기가 쏙 빠지고 선택의 여지 없이 이계진입한 듯한 분위기가 됩니다. 스토리 집중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 같기도 하지만 조금 보완하면 더 매끄러울 듯해요.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전형적이지만 매력적이고 (사실 이게 어렵죠) 필력이 안정적이며 전개속도나 호흡도 적절합니다. 주인공이 먼치킨이라 답답하지 않은데도 시시하거나 뻔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 것도 장점이고요. 초중반부가 약간 늘어지거나 갈팡질팡하는 인상도 있지만 그 점도 매력으로 느껴지네요. 예전 명작들 중에도 도중에 장르가 바뀌는 듯한 전개가 많았죠. 최근 연재분으로 올수록 더 흥미진진하고요. 다만 개인적으로 살인사건 에피소드는 왜 있는지 모르겠고 지루했어요. 아예 빼거나 절반 압축하면 더 좋을 듯. 중간중간 라노벨 스러운 만담이 나오는데 제 취향은 아니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도 아닙니다. 좋아하는 분들도 많을 듯.
분량이 백여 편으로 넉넉한데 아직 무료라 연휴 때 보시기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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