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장르 특유의 굵은 선이 느껴지는 작품은 오랜만이기도 해서 다른 분들과 같이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성적 때문에 작품이 중단될까 우려되어 간단하게나마 추천글을 적어봅니다.
북해의 추위가 살갗에 닿는 듯한 묘사들.
‘내 숨이 유일한 숨이었다.’
마지막 생존자인 백연의 숨결이 번지며, 독백과 함께 텅 비어버린 북해빙궁의 풍경을 그려내는 서정적인 필치는 숨 죽이고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화장 장면, 그리고 마지막 남은 기록자로서 첫 페이지의 마침표를 찍는 서장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800년의 세월을 넘어온 북해빙궁 절대자의 시선으로 버림받은 이들의 면면을 비춰주는 장면들은 이것이 무협이다 싶었고.
단순히 강함을 갈고닦아 무림에 우뚝 서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화를 구축하고 함께 살아가려 노력하는, 그야말로 무로서 협을 이뤄나가는 모습이라 다음 화가 기대되었습니다.
굳이 설명되지 않은 여백들이 의문으로 남긴 했지만, 속도감 있게 확장되는 세계관을 매력적인 주변 인물들로 자연스럽게 풀어주셔서 지루할 틈이 없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 전반에서 느껴지는 서정성은 꽤 강력한 무기로 보입니다.
가끔은 감정 과잉으로 느껴지는 측면이 없진 않지만, 그만큼 잘 깎이고 절제 된 문장들을 사용하는 느낌이라서 부담스럽게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이 외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긴 하지만, 부족한 글 솜씨 때문에 감상하시는 데 방해가 될까 싶어 그저 일독을 권해봅니다.
새벽에 읽기 좋은 무협이기도 해서 말이지요.
좋은 밤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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