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이세계로 전이되어서 70년간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간 끝에 대마법사가 된 주인공이 배신을 당해서 죽어가고 정신을 차려보니 다시 한국으로 귀환한 소설입니다.
뜬금없이 이세계로 떨어져서 온갖 역경을 딛고 늙은 대마법사로 살다가 배신을 당해서 죽고, 다시 돌아와보니 20대의 창창한 육체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이세계로 떨어지고 돌아올때까지 현실의 시간은 고작해야 약 7시간이 흘러가 있는 골때리는 상황이었습니다.
70년의 이세계 방랑기가 현실에선 고작 7시간. 오호 통재라. 그 많던 시간이, 새로운 세상에 떨어져서 겪었던 모든 시련과 고난이 현실에서 달걀 토스트 하나 잘못먹고 식중독으로 7시간 동안 입원했던 동안 꾼 꿈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바로 남가일몽, 일장춘몽. 그의 70년간의 인생 역정은 정말 아무 의미도 없었던 것이었을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마법사로 살아온 경험이 있기에, 마법을 쓰는 법도 고스란히 기억이 남은 상태였고 실제로 마나를 보는 마법 눈을 사용하는데 성공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마나가 없던 관계로 무리하게 마법을 쓴 반작용으로 눈에서 피눈물을 흘려 병원 관계자들을 기겁하게 만듭니다.
마법은 쓸 줄 아는데, 정작 마나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인공은 마나를 찾아 온동네를 뒤적이다가 농약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마나를 발견하고 과감하게 원샷해버립니다. 그리고 그걸 옆에서 직관하던 동네 아저씨는 눈 앞에서 음독자살을 시도하는 청년을 뜯어말리고, 황급하게 병원으로 데려갑니다.
알고보니 현실세계에서 마나를 이루는 구성요소는 농약, 산업 폐기물, 공장 오폐수 같이 인체에 해롭고 독성을 가진 물질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어째서인지 그것들을 마시거나 몸에 비비고, 아예 목욕을 해도 아무런 악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아마 마법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단적으로 이세계에서의 70년간의 사투가 현실에선 토스트 잘못먹고 식중독으로 병원에서 7시간 기절해있는 상황이었다던가, 마나 물약을 찾아서 싱글벙글 마시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이 음독자살을 하는 줄 알고 막으려는 아저씨. 공장 오폐수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며 마나보충을 하는 주인공.
기업의 공장에 들어가 산업폐기물로 마나 보충을 하려는 주인공과, 그런 주인공이 산업스파이인줄 알고 막으려는 기업 관계자들, 그리고 그 사이에 말려서 자기를 놀라는 줄 알고 뛰쳐나오는 진짜 산업 스파이까지 묘하게 클리셰를 비튼듯한 부조리한 상황, 그리고 인물간의 상황인식 차이에서 뭔가 웃음이 절로 나오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착각물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 보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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