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고등학생이 있습니다.
“야, 뭐하냐. 가자.”
“끄윽, 꺽.”
“아 시발 더럽게. 오늘도 처 잤냐?”
“응. 꺽.”
......
집 현관문을 열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냥 같이 가 줄걸 그랬나? 집 안은 텅텅 비었고 어쩐지 습했고 왠지 모르는 고독도 느껴졌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피방 갈 바엔 집에서 영어 단어 하나를 더 외우겠다.” 그러면서 씻고, 컴퓨터를 켰다.
할 만한 게임이 뭐가 있을까…….
게임 좋아하는 게이머죠.
대학생 누나를 꼬시다니, 대체 어떤 술수를 부린 거냐? 난 일부러 게임에서 트롤짓을 행하면서 채팅으로 그렇게 따졌다. 그러자 옆에서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기하지. 누나가 먼저 고백해 왔다니까. 난 진짜 벙 쪄가지고.”
“구라치지 마.”
“아니, 진짜.”
......
“한때 우리가 랭커였다는 걸 이야기하니까 고백해 왔다는 것?”
“아니 시발……. 어떻게 그렇게 되는데.”
랭커였습니다.
국내 한 AOS게임에서 우리는 듀오 랭킹 1위를 차지했다. 그래, 겨울방학 말미까지 나란히 세계 1위였다. 프로 제의도 받았지만, 노잼이라 접었다.
“딱히 직업으로 할 만한 것도 아니고 그래서…… 뭐, 그런 식으로 말해뒀지.”
“그거 분명 내가 했던 말인데.”
“그랬나?”
“어.”
그리고 지금은,
“왔다.”
굉음이 울렸다. 폭파음이었다. 에이리를 선두로 우리는 나왔다. 아직 숲 한가운데였다. 길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 없는, 잔디가 무성한 숲속 한가운데였다. 하늘은 밝았다. 아침 햇살로 세상은 아름답게 빛이 났다.
“레일리아 왕비님을 위하여!”
중년 남성의 목소리, 강직한 연륜이 묻어 나오는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에이리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안 돼.” 하면서 읊조렸다.
“카덴!” 그녀는 소리쳤다.
에이리는 힘껏 발돋움하더니 마차 천막 위로 모습을 감췄다.
“뭐야, 뭐야!”
......
일곱의 정체불명의 집단, 그 앞에서 죽어 가고 있는 남자를 끌어안고 있는 소녀. 무엇보다도 현실 같은 빛 속에서 비현실이 솟아 났다.
“저는 괜찮습니다…….” 노익장은 말했다. “명예롭게…….”
판타지 세계에 갇혀 버렸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