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충실한 자료조사를 하기에 새로운 지식을 얻기도 합니다. 영조 집권기에 대해 일반적인 상식이나 초중등교육과정에서 알려진 정보에 상당한 오해가 있음을 알게 되어 새로웠고 실학이나 실학자에 대해서도 그랬습니다.
작가가 상업화에 성공한 여러 작품을 보유하고 있고 그간 봐왔던 작품들에서 훌륭한 필력을 갖춰왔듯 본작에서도 작가의 글솜씨는 훌륭합니다. 개인적으로 자료조사와 필력을 종합해서 작가가 주로 다뤄온 전근대 한국사 배경의 대체역사물 작가 중에 손에 꼽힐 만하다고 봅니다.
대체역사물은 과거로 간 현대인의 미래지식을 활용한 기술발전으로 부국강병을 이룩해 왕성한 정복활동을 하는게 주류를 이루며 군사나 정치에 집중하거나 공업이 아닌 상업, 농업을 다루거나 상고기 수공업을 다루는 등 여러 변주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권력자 혹은 권력자의 측근이 되어 부국강병을 이뤄 국력을 떨친다라는 큰 줄기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보기 힘듭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들이 재밌긴하지만 여러시대별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된 이야기들을 많이 봐왔기에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이 나날이 쌓여왔습니다.
요새 로맨스판타지의 배경을 판타지에서 역사기반 배경으로 바꾸어 대체역사물로 도전하는 시도가 있긴 했으나 아무래도 장르의 벽을 넘어 흥미를 느끼기는 힘들었습니다.
본작은 대체역사물로 미치광이 권력자로부터 살아남는것을 다룹니다. 정치적 요소도 있고 권력자의 심리를 주된 소재로 삼습니다. 드디어 갈구하던 작품이 나온 것입니다.
부국강병에 밀접한 실용적인 것이 아닌 지식을 소재로 한 대체역사물로 심리학을 똑같이 활용해서 여러 특이한 행적을 남긴 위인들에 적용할 수 있으며 문화사를 개변하는 식으로 그간 다뤄지지 못했던 여러 학문들을 활용한 작품들이 나오리라 기대되며 본작은 그런 작품들의 첫 물꼬를 튼 작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정신질환을 앓는 권력자인 영조의 기행과 사도세자로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심리학도가 흥미진진하게 다뤄져있습니다. 작가의 전작으로 만족하셨던 독자들은 그 필력이 어디가지 않았으니 본작에 만족하시리라 생각되며, 작가를 본작으로 처음 접하신 분들도 참신한 소재와 우수한 필력으로 무장한 본작을 맛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본인은 어제 본작을 접하고 밤까지 전부 주파했습니다. 내일은 영조가 어떤 기행을 벌일지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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