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저녁의 괴들.
제목과 도입부를 보면 아시겠지만, 괴이쩍은 인물들의 괴이쩍은 이야기입니다.
이름이 명시되지 않아 여러 별칭으로 불리는 주인공.
정신적인 문제를 많이 짊어진 그가 하는 일은 괴상스럽게도 시체를 처리하는 일입니다. 기차에 뛰어들어 산산조각 난 주검을 처리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사건’이 되었어야 할 시신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는 일.
얼라, 소개문을 봐선 퇴마물인 것 같은데? 그건 직접 보시면 납득이 가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추천글에서 다룰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반시연’이라는 작가의 글은 통념상의 판타지 소설이나, 가벼운 분위기의 소설이 아닙니다. 국내 장르문학 작가중에 자신의 스타일을 이만큼 고수하면서, 또 이만큼의 완성도를 가지는 작가는 드물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우울한 저녁의 괴들’역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어두침침한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독자에게 자진해서 추천글을 쓰게 만드는 이유는 딱 하나인데.
‘몰입감’이죠.
정신병을 앓으면서도 사회에 섞여들어가, 주변인물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중생활을 하는 주인공. 거친, 동시에 섬세한 특유의 문체가 주인공 내면의 꺼풀을 아슬아슬하게 벗겨내며 읽는이로 하여금 다음 한 줄을 궁금하게 만듭니다.
분노로 인해 인간성을 너무나도 간단히 내던져 버리는,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폄하하는 인물에게서 매력을 느끼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정신병자가 하나의 소설 속에서 사건을 주름잡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사람이 아닌 것에게서 사람 냄새를 맡기도 쉬운 일이 아니죠.
다소 허황된 소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없이 읽다가 문득 피부에 와닿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몰입감. 가슴 뛰는 모험이 없어도, 간드러지는 소녀들과의 방방 뜨는 로맨스가 없어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시선을 붙잡히게 됩니다.
구더기, 혹은 더기, 또는 도기Doggy, 아니면 독毒 별칭으로 불리는 그와, 제목처럼 미스터리한 인물들이 맞물리며 풀려나가는 이야기.
우울한 저녁의 괴들을 추천합니다.
추신.
작품 추천란인데 작가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선생님, 야하카입니다. 구정에 명절 인사 한 마디 없이 지나가 참 죄송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참, 입으로는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못되먹은 야하카입니다.
새로 직장 구해서 일하면서 틈날 때마다 선생님 소설을 보고 있습니다. 뭣하나 도움 안 되지만,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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