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내는 회사에서 뉴스룸을 보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표창원 전 의원이 나와서 진행하는데 ‘꽤 재미있었다. 당신이 말한대로 국내에서 탐정물이 안나오는 이유가 CCTV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더라’ 라고 말하더라구요.
그래서 ‘재선 안했나 그양반?’ 라고 물어보니 여의도가 그렇게 마굴이라며 학을 떼고 내려왔다고 했답니다.
정치(政治)라는 단어는 ‘정사를 다스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아 저놈 정치하네’ 라던가 ‘사내정치 오지네’ 하는 용도로 쓰지요. 여의도 분들은 대부분 머리좋은 고학력자일텐데 그 꼴이 오죽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치를 그런 부정적인 용으로만 사용하고 있을까요.
오늘의 추천소설은 그런 여의도 정치를 다룬 본격 국회의원물, [슬기로운 의원생활]입니다.
이 소설은 1화부터 비범합니다. 제목은 무려 ‘홧김에 국회의원을 죽였습니다’...좋은대학 나와 변호사 활동하던 주인공 여시훈은 국회의원을 꿈꾸며 10년동안 어느 의원의 보좌관을 지냅니다. 오직 의원의 은퇴하면 지역구를 물려받는 것만을 꿈꾸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 꿈은 멋지게 배신당합니다. 10년동안 쓰기좋은 말 역할로 주인공을 굴려오던 의원은 자신의 자식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려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알게된 주인공이 의원을 처리하고 트럭에 치여서 회귀하게 되며 소설의 본 내용이 시작됩니다.
회귀한 주인공은 이번에는 본인이 직접 의정 활동을 해보기 위해 여러가지 수를 씁니다. 본인이 사는 지역의 선거에도 개입하고, 회귀 전의 정보를 이용해 국회에 점점 더 다가가는 내용이 빠른 템포로 진행됩니다.
이 소설은 회귀라는 장치 외엔 모든 것이 현실과 동일합니다. 해서 무언가 판타지적인 부분을 찾는 분이나 먼치킨 사이다를 좋아하시는 분께는 안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정치물을 원하시는 분께는 좋은 글이 될 것 같아서 추천글을 올립니다.
저희가 아는 정치라는게 다 그렇듯이 시원한 사이다는 없습니다. 그냥 잔잔하게 물없이 씹는 빵 같은 전개가 계속되지만 내용의 밀도가 높아 흥미진진하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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