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물 중 몇몇 작품들을 보면 주인공이 과거의 지식을 무슨 데우스 엑스 마키나마냥 사용해서 거의 모든 히든피스를 독점하고, 밸런스 붕괴의 먼치킨이되어 활약하는데.. 뭐랄까 너무 편의주의적 전개같아서 재밌게 읽히지 않더군여.
그럼에도 이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는
첫째, 회귀 이전의 인트로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주인공은 대악마를 소환하고, 영웅과 천사들을 참살해 세계를 멸망시킨 주역입니다.
그러나 그 여정의 도중 그의 아들이 죽었고, 주인공은 아들을 언데드로 부활시킵니다.
아버지보다 훨씬 정상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던 아들은 언데드로 부활 이후 자신이 언데드라는 것에 절망해 미쳐버렸고, 주인공은 자신의 손으로 아들을 한 번 더 죽이게 됩니다.
이후 자신이 하고 있는 짓에 회의를 품게 된 주인공은 늙은 육신을 버리고 리치(언데드)가 되어 같이 영화를 누리자는 악마의 말을 거절하고, 임종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임종 직전 어떠한 감상을 품었는지, 자신이 봉인했던 대천사들의 봉인을 풀어주죠.
회귀는 그 이후 이루어집니다. 악마를 통수친 대가로 지옥에서 고문받을 미래를 예상했던 주인공은 모종의 이유와 과정(스포인거같아서 생략)을 거쳐 지옥에서 고통받는 아들의 영혼의 구원을 대가로 세계의 멸망을 막고자 회귀하게 됩니다.(사실 시간 순서상은 회귀가 먼저고 모종의 이유와 과정은 신과 만난 이후 나옵니다. 어차피 둘다 극 초반부의 내용이니 설명의 편의상..)
둘째, 편의주의적 전개가 남발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회귀자이지만 칠십년 전으로 돌아온 거라 지금의 세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대략적 지식은 있어도 자세한 상황은 모릅니다.
더하여 주인공은 과거 강대한 흑마법사였지만 현재는 성흔을 받은 이단심문관입니다.
과거의 지식을 알고 있어도 제대로 쓸 수 없는 몸이죠.
따라서 전생의 지식을 통해 획득하고자 하는 물건도 무슨 대단한 아티팩트나 히든피스가 아니라, 조금이나마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줄 애매한 도구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의 상황은 이미 악마가 사회의 곳곳에 스며들어 멸망으로 치달아가는 시궁창이고, 주인공은 전생의 지식이든 뭐든 이 정해진 종국을 막아내기에는 극히 미약합니다. 주인공은 먼치킨도 아니고, 자신의 모든 걸 내걸어야 겨우 현재 눈앞의 역경 정도만 해결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즉 위기감이 넘칩니다.
셋째, 3, 40화 즈음 부터 였던 걸로 기억하는 흡혈귀와 엘프와 용이 엮이는 에피소드입니다.
이 에피소드부터 본격적으로 내용이 전개되는데, 그 이전까지는 그럭저럭 재밌는 정도였던 작품의 클라스가 수직 상승합니다.
영생을 바라고 신을 죽였다, 태양빛을 보지못하는 저주를 받은 종족인 흡혈귀.
과거 자신들이 모시던 신을 죽이고 대지를 밟지 못하는 저주를 받아, 해상 국가를 건설하고 바다의 제왕이 됐지만, 언젠가 다시 대지를 밟기를 희망하는 엘프.
이 두종족의 각자의 노림수를 위한 치밀한 심계의 부딪힘.
두 종족의 충돌의 과정에서 부활하는 잊혀졌던 위대한 전설.
그리고 이 거대한 충돌 사이에서 세계의 멸망을 미루기 위한 최적의 활로를 뚫어가는 주인공.
이 에피소드 전체가 재밌었지만, 특히 전설의 부활과 그 이후 펼쳐진 마지막 전투의 묘사는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는 듯 장엄해서 지금도 전율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혹 초반부에서 별다른 매력을 못느끼셨더라도 이 에피소드까지는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이 에피소드를 보고나서 끝까지 따라가기로 결심했던 터라..
며칠있으면 유료화가 된다고 하니 흥미가 생기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여기까지 부족한 추천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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