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독자들에게 현판 헌터물은 애증의 장르죠.
스케일이 좀 커졌다 뿐이지 예전부터 보아 오던 히어로물이나 전대물, 특촬물의 세계관을 계승하기때문에 기십년간 잘 써먹던 플롯이 주는 보장된 재미가 있다는 건 큰 장점인데. 다만 장점이 너무 쓸만하다보니 아무리 꼬고 비틀어도 딱히 새로울 게 없다는 점이 단점이겠구요.
하지만 이렇게 고이고 쌓인 장르에서는 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스핀오프들을 보는 재미가 생깁니다. 유명한 어벤저스 나오는 마블 프렌차이즈를 예로 들면, 지구영웅까진 아니어도 동네를 지키는 로컬 히어로들에 집중하는 시리즈가 또 따로 있고, 영웅들이 만든 난장판을 수습하는 복구자들의 이야기, 영웅들을 서포트하는 일반조직의 이야기 등등 메인 시리즈의 팬이라면 외면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외전들이 많죠.
이번에 추천하고 싶은 글은 현판 헌터물이라는 장르를 거대한 프랜차이즈 삼아 전개되는, 공무원 시점에서의 스핀오프 비스무레한 글입니다.
소재는 게이트 나오고 능력자 나오는 현판헌터물인데, 글의 전개는 또다른 히트장르인 전문가물의 왕도를 따라갑니다. 그 왜 법조인이나 의료인들 나오는, 족히 백 년은 거뜬히 우려먹고도 아직도 먹을 게 한참 남은 그 장르요.
이 구도가 제겐 정말 영리하게 느껴졌어요. 말단 공무원이었던 주인공은 게이트 사태가 벌어지면서 우연과 필연의 합작으로 졸지에 게이트사태 전문가 비슷한 취급을 받게 되는게 메인 플롯이거든요. 그런데 이 주인공에 정말 몰입이 잘 되더란 말입니다.
왜 그런가 하니, 사실상 현판 헌터물에 대한 최고 전문가 집단은 웹소설 독자더란 말이죠. 덕분에 전문가랄 게 있을 수 없는 허구의 장르를 텃밭 삼아 만들어지는 전문가물이라는 일견 어이없는 구도인데도, 핍진성이라는 놈이 절로 우러나오는 진한 곰탕국물이 되더라구요.
물론 제가 헌터물을 하도 많이 봐서 저만 그렇게 느낀 걸 지도 모르죠 흐흐.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본 뒷 이야기들과 가장 보편적인 왕도적 설정을 차용하고 있는 세계관은, 오히려 그래서 더 큰 설득력과 즐거움을 전해줍니다. 서술의 초점이 말단 공무원으로 바뀌었다는 거 하나로 이렇게 재미있는 글이 되는 걸 보고 바로 선작했습죠.
염려라면 염려고 단점이라면 단점인데, 헌터물에 대한 최고권위자가 독자다보니 너무 잘 알아서 뭐라도 참견하고 싶어지는 사람의 보편적인 특성이 절로 나온다는 점이 좀 어려워요. 저는 거의 리플이란 걸 월에 한두개 다는 수준으로 손가락이 게으른데도, 한편 한편 보면서 참견하고 싶어서 손가락이 근질근질해짐 ㅋㅋ.
긍데 요로케 되믄 댓글에서 전쟁이 나거나 몰입이 박살나기가 쉽다고 경험적으로 알고 있거등요. 걍 개인적인 사족이지만, 요 글을 잼나게 보시려면 아마 본문만 보고 마는게 이득 같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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