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아주 뛰어난 명작이라던가, 이건 꼭 읽어야한다! 수준의 글까지는 아닐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흔하디 흔한 아카데미물이고, 게임속으로 빙의된다는, 좋게 말하면 주류에 충실한, 까놓고 말하자면 그냥 클리셰를 따라갈 뿐인 소설이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추천글을 쓰는 이유는, 이 글이 지금처럼 몇백수준의 선작으로 끝날 만한 글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준수한 필력에, 부드러운 사건의 전개는 그 자체로도 3~4천정도의 선작은 붙을 만한 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뿐이라면, 그저 그런 흔한 소설이었겠죠. 그런 만큼 필자가 딱히 추천글을 작성할만한 이유조차도 못느꼈을 것이구요. 이 글의 진가는, 그 인물상에 있습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무니다. 샌드백이무니다. 은유적으로 생각되는, 아무한테나 얻어맞는 인물로서의 샌드백이 아닌 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샌드백입니다.
진짜 아카데미의 훈련기구인 샌드백입니다. 무슨 게임으로 넘어올때 인스트럭터 - 교관 으로서 진행한다고 했더니 교관이 되는게 아니라 훈련도구가 되어버렸습니다.
여기서부터 전 벙쪘습니다. 아니, 사람도 아닌데 뭐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건데. 까놓고 10화도 못이어나갈거 같은데? 라고 생각했죠.
근데 아니더랍니다. 의외로 술술 이야기가 풀리더랍니다. 와 이런식으로 이야기가 풀리는구나... 싶었죠.
세상에. 필자는 웹소설을 읽으면서 다음 스토리가 어떻게 이어질지가 아니라, 작가가 다음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할지가 궁금해진적은 처음입니다.
둘 다 비슷해 보이지만, 좀 다르더라고요. 스토리 자체가 아니라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지는... 그런 좀 미묘한 궁금함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더랍니다.
상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풀지 못하지만,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주인공은 게임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샌드백이 됩니다. 그리고 샌드백이 되어 등장인물을 줘패거나, 등장인물에게 줘터집니다. 그리고 고민상담도 해줍니다.
세상에 맙소사. 필자라면 샌드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에서 등장인물에게 줘터지는 것 까지만 생각하지, 등장인물을 줘패는 (그것도 샌드백으로. ‘샌드백’이 ‘샌드백’으로) 상황은 물론이거니와 고민상담을 해주는 상황을 상상조차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걸 이 글이 해냅니다.
더더욱 큰 문제 (문제?) 는, 그게 위화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요약하면 드럽게 위화감밖에 느껴지지 않는 이 스토리가 직접 읽어보면 위화감이 안듭디다.
그래서 당당히 추천합니다. 아. 요약하면 헛소리가 나오는데 읽으면 헛소리라고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이 소설을 남에게 추천하는데 거리낌을 가질 필요는 없겠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소설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읽어서 작가님이 계속 글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0언저리의 선작이 될 만한 글은 절대 아님에도 불구하고 200언저리의 선작인 글.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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