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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3 TripleOb..
작성
20.09.29 11:19
조회
1,122
표지

유료웹소설 > 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유료 완결

김사유
연재수 :
159 회
조회수 :
708,653
추천수 :
31,538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폭우 속, 순찰 중이던 말단 경찰관 주인공이 한 거수자 청년에게서 수상한 상자를 떠맡았을 때 파국은 시작됩니다.


조만간 다시 가지러 돌아오겠다며 떠난 청년은 다음날 끔찍하게 난자당한 시체로 발견됩니다.


전날밤 함께 순찰을 돌았던 절친한 친구 경찰관도 뭔가 이상해졌습니다. 불과 전날밤 만났던 청년이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에도 아랑곳않고 그는 집요하게 주인공에게 묻습니다. "너 그 상자 어디다 뒀냐?"


별 생각 없이 대답하려던 주인공가 문득 친구의 오른쪽 손목을 봅니다. 1년간 단 한번도 빼먹지 않고 차고 다니던 묵주가 오늘은 보이지 않습니다...




헌터물이 스파이 스릴러를 만났습니다. [죽은 헌터를 위한 파반느](이하 파반느)는 우리에게 익숙한 게임 속 세상 같은 헌터물들보다 한층 어둡고, 차갑고, 날카로운 가상의 세상으로 독자들을 안내합니다.


게이트가 열리고 괴수들이 침공하기 시작한지 11년이 지난 대한민국은 잔혹합니다. 사형제가 온전히 부활했고, 모든 예산은 군대에 집중됩니다. 유전자 변이로 이능력을 손에 넣은 '각성자'들은 은탄이 장전된 소총을 가지고 최전선에서 괴수들을 사냥합니다. 이들이 무적의 슈퍼 히어로이기 때문일까요? 아니, 그냥 전차나 미사일보다 싸게 먹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적은 인류의 외부에만 있지 않습니다. 헌터물 매니아라면 모든 괴수에게 박혀 있는 기적의 동력원인 '코어' 설정은 이미 익숙합니다. 작가는 이 지루한 소재를 국제적인 신냉전을 불러일으킨 판도라의 상자로 변주합니다. 국가 및 민간 정보기관에 고용된 각성자들이 최신 코어 기술을 쫓아 그림자 속에서 서로 죽고 죽입니다.


살아남아서 걷는 이들은 누구나 뒤에 핏빛 발자국을 남기게 되는 세상. 이 세상에 떨어진 주인공은 어떻게 될까요?




[파반느]는, 물론 괴수도 때려잡지만, 지금까지는 스파이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주인공과 조력자들의 주적은 괴수가 아니라 장막 뒤에서 암약하는 조직입니다. 여러 단서를 따라가며 속도감 있게 조직을 추적하는 과정은 미국 유명 수사 시리즈나 영화 미션 임파서블, 넷플릭스의 CIA 다큐멘터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장르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빛납니다. 너무 과하지 않게, 적당히 흥미롭게 배치된 설정 설명 속에서 현실감은 더 높아집니다.


하지만 걱정 마시길, 헌터물이란 이름도 저버리고 사람이랑만 싸우지는 않으니까요. 테러리즘에 이용되는 각다귀 인간 괴물부터 아파트 14층 높이의 거대 괴수까지, 주인공은 다종다양한 괴물들과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입니다. 특히 거대 괴수 단독 토벌이 바이럴을 탄 후 주인공에게 전화가 빗발치는 최근화의 장면은 작가가 헌터물 에게 보내는 가벼운 윙크로도 보입니다.


간결하고 힘이 실린 문체는 살인청부업자들에 맞선 처절한 생존 분투와 도심 속 카 체이스, 거대 괴수 사냥을 동등한 속도감과 박진감으로 그려냅니다.


그러나 오로지 진행에 매몰되어 캐릭터가 힘을 잃지도 않습니다. 다재다능하고 늘씬한 표범 같은 선배 요원 '강지슬', 경력 6개월차 풋풋한 풀내음이 물씬 풍기는 새내기 요원 '은하', 그리고 북조선 도청하다 북조선말이 입에 밴 해커 데이빗 린, 그리고 악역들까지, 여러 캐릭터들이 있어줬으면 하는 장소에서 자기 매력을 뽐냅니다.


캐릭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대사입니다. 이 작가는 대사를 잘 써요. 배꼽을 잡게 하는 유머나 스나키한 위트는 없지만 현실감이 느껴집니다. 매력적인 성격에 현실감 한 스푼을 끼얹으면 캐릭터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살아납니다. 생동감이죠.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조금 미묘한 주인공의 캐릭터성과 1회성 악역으로 등장해서 소모된 김동현, 그리고 조급한 감이 없지 않은 템포와 특정 부분에서 뻔한 전개 정도입니다.



간만에 감사하게도 취향에 맞는 글이 나와서 허겁지겁 쓰게 됐습니다. 결론이 뭐냐면, 한번 츄라이! 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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