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가 세계 최고 골키퍼라면?

선독점 축구황제 어서오고

글

Zorba

  SF와 로맨스 빼고 모든 장르의 소설을 다 읽지만, 스포츠 소설은 저에게 계륵 같은 장르입니다. 원초적 재미를 보장하지만 완결까지 따라가면서 읽기는 어려운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 야구 소설 축구 소설을 접했을 때는 완독을 하곤 했지만, 스포츠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금방 질린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스포츠 소설을 읽는 기준은 다음 3가지가 있고, 그 소설을 좋아하게 되는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고증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은 소설 

-댓글로 테러가 달릴 정도로 기본 스포츠의 상식이 부족하면 읽지 않습니다.

2. 원 패턴의 전개가 계속되지 않는 소설 

-예를 들어, 투수 소재의 야구소설의 경우, 투수의 실력이 워낙 좋아서 계속 연승만 하는 경우 또는 축구 소설의 경우 경기 내용만 계속 반복되는 경우는 싫어합니다.

3. 그 소설만의 특별한 장점이 계속 드러나는 소설

-자신의 몸에 유명인을 빙의시킨다던지, 개그를 중심으로 쓴다던지 내용에 소설을 계속 읽게하는 원동력을 가지지 않으면 읽지 않습니다.

그리고 (1) 참신한 소재, (2) 그 스포츠 외의 내용이 재밌는 경우, (3) 소설을 통해 대리만족이 되는 경우, 그 소설을 좋아하게 됩니다.

이 소설의 경우 소재도 참신하고 대리만족도 충분히 되어서 소설을 추천하게 되었습니다.

  

  소설의 장점을 설명하기에 앞서, 간략하게 소재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저는 소설을 읽게 되는 계기로 제목과 작품소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다음 작품소개는 소설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메날두 강점기? 내가 끝낸다."
알파인 스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진재우, 축구 황제를 꿈꾼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골키퍼가 주인공인 소설입니다. 그것도 시간을 천천히 느끼는 능력, 일명 ‘클락업’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지요. 여기서 저는 소재가 우선 재밌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이점은 회귀를 했지만 회귀 전의 삶이 축구선수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바로 여기서 이 소설의 장점들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소설의 장점을 설명드리겠습니다. 

1. 성장형 주인공 : 

전생의 삶이 축구선수의 삶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인공은 완성형 주인공이 아닙니다. 또한 미래를 통해 자신의 성장을 담보하는 그런 뻔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물론 주인공인만큼 뛰어나지만, 분명 이것 때문에 확실한 결점을 가지고 있죠.

2. 먼치킨적 능력 : 

축구선수로서의 경험이 없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만큼의 능력을 주인공은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회귀 축구 소설을 읽을 때 재능이 없는 주인공이 재능을 가지게 되는 경우, 경험이 충분한 주인공이 훌륭한 육체를 되찾는 경우 등등의 소재를 식상하다고 느낍니다. 

이 소설의 경우, 주인공은 시간을 천천히 인식하는, 즉 반응 속도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골키퍼로서의 최고의 능력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독자들에게 만족감을 줍니다.

3. 개연성을 확립하기 위한 전개 : 

제가 여기서 말하는 개연성은 글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위해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법한 의식의 흐름대로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주인공은 회귀 후에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하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생각을 합니다. 

자신이 축구에 늦게 입문했다는 걸 인정하고, 자신의 능력으로 가장 빠르게 데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골키퍼라는 것을 생각하고 골키퍼로서의 목표를 잡습니다. 

4. 이후 내용을 읽게 하는 원동력 : 

기본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것은 맞고 주목을 받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경기를 다 이기지는 않습니다. 큰 위기는 아니지만 위기도 가지고, 국뽕이라면 국뽕을 갖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 글을 읽게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언제든지 다른 소재로 발전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겁니다. 

제가 축구 소설에서 항상 하차한 때는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고 느낄 때였습니다. 물론 골키퍼 슈퍼 캐리가 반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에피소드마다 느낌도 항상 다르고, 무엇보다도 주인공을 활용하는 방식이 계속 바뀌고 있어서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주인공이 언젠가는 골키퍼가 아닌 다른 포지션에서 활동하게 될 여지를 주고 있어서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참고로 골을 처음 먹힌 글에서는 댓글로 비판을 조금 받았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비판을 받을 이유가 없는 작가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 소설에 자주 질리지만 스포츠 소설을 좋아하시는 독자님들께 이 소설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