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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던 인간찬미

작성자
Lv.44 이신성
작성
20.12.31 23:25
조회
1,162
표지

유료웹소설 > 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유료 완결

후로스트
연재수 :
350 회
조회수 :
4,921,025
추천수 :
181,235

윤민준이 미쳤대.


[은둔형 마법사]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문장이다. 후로스트 작가의 은둔형 마법사는 무려 19년 4월에 완결 난 작이다. 그런데 굳이 이 작품을 이제야 끌고 와 추천하는 이유는 오늘이 20년 12월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20년 한 해 동안에도 좋은 작품은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지만, [은둔형 마법사]의 완결을 음미한 19년 4월 이후에부터 오늘, 20년 12월 31일까지 나는 [은둔형 마법사] 보다 더 깔끔하고 만족스럽게 인간찬미를 표현한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된다. 약간 소심하지만 평범하던 주인공 윤민준의 장난감 로봇, 파르바슈에 이계에서 온 지성체 하나가 갇힌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겁을 주기 시작한다. 그 뒤는 어디에서 봤을 법한 힘숨찐 이야기가 펼쳐지는가 싶은데, 또 특이점이 있다.


주인공이 겁이 많다. 힘은 지구에서 가장 강한 주제에 겁이 많아도 너무 많다. 사실 알만하다. 원래 소심하던 어린애가 장난감과 대화한다는 이유로 왕따까지 당하고 자라는 내내 그 장난감에게 누가 널 죽는게 나을 정도로 비참하게 숨만 붙여놓을 수 있으니 숨어야 한다는 협박아닌 협박을 들었으니 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지구에서 가장 강하고, 유일하고, 소심한 쫄보 마법사는 목동에서 안양천까지 결계도 만들고 입대도 충실히 늦춰가며 정말 잘 숨었다.


그리고 지구 곳곳에 괴물이 나타났다. 마포대교 26중 추돌 사고를 만들어내며 처음 나타난 괴물은 주인공이 그토록 무서워하던 채널이 지구에 열리며 나타났다. 주인공의 가슴팍에 박혀 그를 일평생 무서워하게 만들며 지구와 이계를 잇는 문 그 자체가 되어 죽지도 못하고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그를 힘숨찐쫄보은둔형마법사로 만들게 된 원인, 채널이 지구 곳곳, 200개가 넘게 나타난 것이다. 그 하나하나는 모두 다른 세상으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각각의 채널에서는 어떤 괴물이 나타날지도 몰랐다. 게다가 마포대교에서 나타난 괴물은 오자마자 마법사를 찾아댔다.


어쨌건 주인공은 마포대교의 괴물을 가볍게 처리하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숨 죽이며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물론 이건 소설이라서 그렇게 조용히 살아갈 수는 없었다.


이런 쫄보 주인공이 대체 무슨 인간찬미를 이루는가 싶겠지만, 정말 자연스럽고 가슴 벅차오르게도 그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그걸 보고싶어서 읽기 시작하지는 않았다. 처음 내가 [은둔형 마법사]를 읽기 시작한 이유는 현대물에 마법을 약간 가미한 판타지가 보고싶었던 것 뿐이었다. 마포대교에 괴물이 나온 순간 가벼운 판타지는 아니겠거니 싶었지만, [은둔형 마법사]는 생각보다 더 본격적이고 깊은, 그러나 무겁지 않은 21세기형 마법사물이었다.


읽는 내내 내가 주목하고 걱정했던 부분은 폭력성이었다. [은둔형 마법사]는 고어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묘사가 있고 온갖 괴물들은 외형 묘사만으로도 징그러울 때가 있다. 게다가 주인공 윤민준은 중간부터 어떤 일에 인해 인간성이 거세당했다고 할 정도로 성격이 변한다. 초반에는 소심하고 잘 투덜거리지만 농담도 잘 하는 평범한 소년이었던 그가 중간부터는 뒤통수 한 대 치고 싶은 싸가지 극한의 효율중심주의자가 된다. 보통 이런 소설들은, 소위 사이다라는 분류를 보이며 눈 앞의 통쾌함에만 급급해 자잘한 사건들에도 과민반응하며 엑스트라 32를 악당 중의 악당(그러나 내 주인공에게는 한방)으로 취급당해 안쓰러운 결말을 억지로 안겨주는 식의 작가들이 인간관계 안 쌓아봤나 싶은 글이 되기 십상이다. 실제로 어떤 부분에서는 주인공의 과도한 이기심이, 심지어 그것을 효율적이며 이론적으로 완벽한 행동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기도 했다.


말 그대로 애가 완전히 미쳐버린다.


그러나 안심할 수 있었던 점은, 이 소설에서는 이질감을 모른척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지나친 이기심을 내비치면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리고, 지나친 잔인성을 드러내면 누군가는 제지하려 시도한다. 누군가가 이용당하면 그 사람의 심정을 서술하고 누군가가 슬퍼할만하면 슬픔을 납득할 수 있는 물꼬를 제공한다. 해결되지 않은 갈등조차 돌이킬 수 없는 것도 있다는 점을 납득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은둔형 마법사]를 끝까지 볼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결을 읽고, 나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주인공의 잃어버린 인간성도, 파르바슈의 존재도, 심지어 히로인(?)인 촉수(???)도 정말 좋았다(작가는 촉수 사랑을 인정하라). 이 세계의 비밀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방향으로 설명되었고 주인공이 선택한 삶도 감동적이었으며 히로인(?) 촉수(?????)도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게다가 끝까지 잃지 않는 유머감각은 웃었던 부분만 자꾸 생각나서 다시 찾아가게까지 한다. 중간까지 걱정했던 주인공의 잃어버린 인간성은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다. 주인공은 한 번 인간성을 잃었기에 오히려 더 인간적인 선택을 해주었다. 그 모든 과정을 얼버무리지 않고 확실히 짚고 넘어간 작가에게 감사할 정도였다.


주인공은 벽에 똥칠도 해봤고, 연예인을 협박도 해봤고, 정력제 재료 취급도 받고, 새내기 마법사를 농락도 하고, 고사리에게 고백도 받고, 촉수의 질투도 감내해보고, 인간성도 잃어보고, 인격도 잃어보고, 이것저것 다 잃고 일부는 아예 되찾지도 못하면서도 천천히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거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다. 주인공 스스로는 이게 성장인지도 모르는데, 읽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깨닫게 된다. 


소심한 주인공이 인간성이 사라진 중2병이 되고 상종 못할 놈에서 다시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까지. 주인공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과 집착할 뿐이었던 것, 새로 찾아온 소중한 것들을 알게 되며 결국 마지막 선택을 한다. 정말 인간적인 선택을.


나도 인간인데 인간찬미를 이렇게 좋아하는게 좀 부끄럽다. 그러나 이 추천을 보는 사람이 한 번이라도 인간찬미를 느끼게 해주는 소설을 읽고 만족한 적이 있다면, [은둔형 마법사]를 읽고 절대 후회하지 않으리라고 자신할 수 있다.


[은둔형 마법사]는 현대판타지에 스페이스 오페라를 가미한 퓨전 판타지다. 삶을 편하고 손쉽게 만드는 온갖 유혹을 이겨내고 상처받을 수도 있고,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는, 적어도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선택을 그려낸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되새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다.


재밌어요. 아직 안 봤으면 꼭 보세요.



Comment ' 27

  • 작성자
    Lv.33 다음화
    작성일
    21.01.03 02:35
    No. 21

    이 작가님 글은 뭐랄까 돈을 벌기위해 쓴 글이 아닌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쓴 글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더 특별하게 느껴지죠 암튼 개꿀잼

    찬성: 5 | 반대: 1

  • 작성자
    Lv.22 re****
    작성일
    21.01.03 13:38
    No. 22

    "기다렸어요"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39 필테술사
    작성일
    21.01.03 17:16
    No. 23

    수작이죠. 저번에 재주행했는데도 재밌더군요.
    각종 외계 신도 특이하고 말이죠.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99 치킨생맥
    작성일
    21.01.03 18:52
    No. 24

    용두사미가 되는 소설들이 많은데 이건 정말 마무리까지 깔끔했어서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촉수 사랑.... 음... 이건 정말 기억에 남... 어 어 당신 누구야!! 읍읍! !%#

    찬성: 3 | 반대: 1

  • 작성자
    Lv.27 명예추기경
    작성일
    21.04.03 11:59
    No. 25

    좋은 글에 좋은 추천글이네요 완독했었지만 다시 읽고싶어졌어요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2 댓좋게달아
    작성일
    21.04.23 22:35
    No. 26

    무슨 그냥 소설 1~2편 본 느낌이네....

    찬성: 1 | 반대: 2

  • 작성자
    Lv.35 바위솔
    작성일
    23.07.03 20:10
    No. 27

    이상하게 글이 안읽히는 소설...
    인기작익고 평들도 좋은 작품인데 이상하게 몰입이 안되네요. 보통 남들이 재밌다는 건 다 재밌게 보는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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