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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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6 말섬
작성
23.12.15 17:09
조회
398
표지

유료웹소설 > 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유료

뜨겔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543,129
추천수 :
17,912


 문피아 소설을 애정하는, 나름대로 숙련된 독자들이라면 이미 대충은 정석적인 클리셰와 전개를 알고 있을 겁니다. 말하자면 제목만 봐도 얼마간은 내용과 전개를 유추할 수 있단 말이죠.

 '현대 판타지' 장르 태그와 <시간 만수르>라는 제목으로 미루어 짐작했을 때 뭐가 됐든 주인공이 타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갖게 되며 이를 통해 남들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얻든 어마무시한 부와 명예를 축적하는 내용이 될 것, 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충은 맞습니다. 맞긴 한데

 이 작품, 전개가 예측이 안 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누나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누나가 죽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마치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을 연상케 하는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의 내용과 설정은 이렇습니다.

 "다섯 살 무렵에 누나의 시간이 멈췄다."

 장애로 인해 인지 능력이 대략 다섯 살 정도에서 멈춘 채 커버린 누나. 그리고 그런 누나를 건사하기 위해 한 평생을 뼈 빠지게 일한 고졸 출신 개발자 주인공. 
 타성처럼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무감하게 누나를 보살피던 그는 뜻하지 않은 누나의 죽음으로 '자유'를 얻는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이제까지 살아오던 삶의 양식이자 목표가 사라지자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허함에 빠진다. 
 누나의 장례식을 모두 마치고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선 방안에 들어서자 주인공은 어떤 위화감을 느낀다. 

 누나의 방에 들어서면 시간이 멈춘다...!



 이 소설은 사실상 웹소설과 문학의 경계 위에서 안전장치 없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시도합니다. 기껏 '시간을 멈추는 방'이라는 초현실적인 소재를 설정해 놓고 인물이 이 방에서 하는 일이라곤 모자란 잠을 보충하거나 코딩을 짜는 일 정도. 그것도 아니면 전자 키보드를 연습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오랜 친구들과 예전의 꿈을 찾아 밴드 활동을 하기 위함이지 거창한 아티스트가 되려는 야망 따윈 없습니다.

 "지금처럼 한량으로 살기에는 스스로도 아쉽지 않아요?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다는 그런 욕심 없어요?"
 "아뇨. 지금 너무 좋은데요."
 "죽어서 겨우 이름 석자를 남기는 것보다.
 살아 생전 남의 마음에 상처를 나기지 않는 것이. 
 그 쪽이 더 야망에 가깝지 않을까?"


 이 야망 없는 소설은 앞으로 도대체 뭘 할 건지 저로서는 좀처럼 예상이 안 됩니다. 물론 나름대로 IT 업계의 해결사이자 실력자로 이름을 알리고 연예인과 엮이기도 하면서 전개가 될듯 말듯 하지만 그 이상은 욕심 부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홀린 듯이 읽게 되는 것은, 시적인 '펀치 라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흔한 주택가. 세월에 색이 바랜 구축빌라. 전신주에 미련처럼 남은 테이프 자국. 담배꽁초를 거름 삼아 피어나는 가로수.'

 단순히 공간을 제시하고 묘사하는 짧은 문장에 지나지 않지만, 드문드문 이런 디테일에서 작가가 지닌 문장력과 내공이 묻어 나옵니다. 물론 웹소설이 단순히 필력만을 요구하는 장르는 아니라지만 나로서는 이 소설이 무심하게 던지는 카운터 펀치에 얌전히 턱을 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잦은 고구마와 사이다 섭취로 소화 불량이 된 내 마음의 위장에 양배추 샐러드와 당근 주스가 흘러 들어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요약하자면 이 작품은

 삶의 멍에를 무겁게 짊어지고 살아온 한 인물이 자신의 삶을 비로소 살아 나가고 죽은 누나에게 속죄하는 '뒤늦은 성장 서사'입니다. 그리고 이 순진하고 선한 성장 서사는 담담한 시적 펀치라인과 기막힌 앙상블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고 더 솔직히 말하면 울컥울컥 눈물이 치솟은 적도 많았습니다. 이 작품의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며 감상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단순히 제가 나이를 먹고 사는 일에 지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성장과 회복이 부재한 이 시대에 이런 소설 하나쯤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시간이 멈추는 방은 어쩌면 죽은 누나가 주인공에게 건넨 선물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에게 쏟았던 삶의 시간만큼, 어쩌면 자신이 잃어버렸던 세월만큼 그 시간을 동생에게 돌려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누군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이 작품에 제대로 감기면 다 이렇게 된다고 답해주고 싶습니다. 이 작품이 너무 유명해지지 않길 바라면서도 알리고 싶은 양가적인 마음입니다. <멸살법>을 십여 년 간 읽은 김독자의 마음이 이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저는 이 작품의 끝을 보고 싶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와 소설에 지친 당신에게 <시간 만수르>를 추천 드립니다. 




Comment ' 2

  • 작성자
    Lv.88 dklljjy
    작성일
    23.12.15 19:37
    No. 1

    추천글을 참 잘 쓰시네요 작가신가요?

    찬성: 3 | 반대: 2

  • 작성자
    Lv.76 이진진
    작성일
    23.12.15 23:59
    No. 2

    쭉 유료 부분까지 다 읽었는데..흠..전형적인 일상물계열이더군요..
    그러면서 조금씩 내용 전개가 되는...
    이거 완결을 낼 수 있을지가 흠............반대로 이야기하면 비슷한 내용으로 무한 연재도 가능한 포맷이긴 해서..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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