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통무협 #매력적인주인공
만약 누군가가 이런 소설을 들이밀며 저에게 정통무협임을 인정하라고 협박한다면, 저는 오백 번도 더 서명할 자신이 있습니다. 사실 이미 하고 왔지요.
문피아에서 가장 특색있는 작가님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저는 제일 먼저 이분을 리스트에 넣을 겁니다. 건조하다고까지 느껴지는 간결하고 명료한 문체,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신박한 설정. 단언컨대 현실 세계에 작품 설정 버무리는 솜씨는 이 작가님이 웹소설 탑티어일 겁니다.
설정 짜는 능력 만큼이나 캐릭터도 선명합니다. 저는 아직도 망겜성의 고연무와 이태동만 생각하면 머리가 어질어질해져요. 환빠 아저씨와 일베충을 데려다 이렇게 강렬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런 검미성 작가가 정통무협으로 돌아왔습니다. 주인공은 칼 놔두고 비비탄 튕기고 다니고, 천마는 근본없는 서양 오랑캐인데다 명색이 무림맹이란 것들이 총든 양아치한테 벌벌 떠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21세기 반로환동전>은 정통무협입니다.
천마와 무림맹이 등장하니 정통무협이라는게 아닙니다. 무와 협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허풍개는 지극히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인물입니다. 도가 무공 수련자답게 신선이 되는게 목표구요. 심지어 신선이 되고 싶은 이유도 거창한게 아니라 그냥 죽기 싫어서 그런겁니다. 작중에서 주인공이 베푸는 모든 선행은 그냥 신선 되려고 착한일 스택 쌓는거에요. 거기에 어떤 숭고한 목적이나 자기만족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정말 헌신적으로 선행을 베풉니다. 어려운 사람이 보이면 어떻게든 돕고 죽을 사람이 보이면 어떻게든 살려냅니다. 두들겨 맞고 오해사고 욕먹는 것도 상관없이 그냥 기계적으로 선행을 베푸는데, 역설적으로 그 모습이 너무나도 숭고하게 느껴집니다. 도운 이가 있고 도움받은 이가 있으면 그게 협의죠. 허풍개는 협객입니다.
작가는 서술과 독백으로 허풍개는 착한 사람이 아니고 계산이 있어서 남을 도울 뿐이라고 꾸준히 되새기는데, 행동과 서사를 통해 그런 허풍개가 협객이고 의인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강렬하게 박아넣습니다. 뇌는 이 사람이 속물이라고 외치는데 가슴은 그가 대협이 아니면 누가 협객이냐고 묻습니다.
정말 잘 깎인 캐릭터성을 가진 주인공입니다. 그동안 맛보지 못한 신박한 설정의 무협과 인상깊은 캐릭터 조형을 원한다면, 저는 단언컨대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찬성: 
반대: 
컵라면.
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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