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동양풍 판타지 세계관에 대한 갈망은 한국 장르판에 많았습니다. 수많은 무협 작품이 있었지만, 무협을 동양풍 판타지라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동양풍 판타지, 그러한 세계관에 이정표가 되어준 작품이 있다면, 누구나 이영도 작가님의 “눈물을 마시는 새”나 “피를 마시는 새”를 예로 들 것입니다. 그 뒤로 얼마나 많은 시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한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의 상상력의 극한을 쥐어짜는 일이고, 제가 기억하는 장르소설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품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습니다. 엘프는 숲의 활쟁이이고, 오크가 취익취익대는 양산형 이고깽 판타지 소설의 시대를 넘어, (전투를 동반하는) 한국형 판타지라는 것은 헌터물, 탑 등반물로 대표되는 현대적 배경의 디스토피아가 된 지 오래입니다.
한편으로, 서양풍 무협 세계관이라는 것은 생겨난지 오래되지 않은 장르입니다. 제가 알기로, 이러한 장르의 시초라 부를 수 있는 작품은 컵라면. 작가님의 무림서부가 아닌가 싶습니다(혹시 다른 유명작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통 서양풍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쉬운, 웨스턴과 무협의 접목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으로 남아있는 유럽풍 중세/근대 분위기의 서양풍 무협이라는 것은, 이제까지는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없었습니다.
오늘 제가 추천하는 작품, 천마홈즈 런던양복은 이러한 장르소설의 한계에 도전하는 작품입니다.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모리어티와 동귀어진한 홈즈는, 무슨 기연인지 무공이 살아숨쉬는 런던, 즉 런던무림에 떨어지게 됩니다. 새롭게 왓슨(여자)와 만나, 다시 악의 괴수 모리어티를 처단하기 위해 베이커가 221b의 하숙집에서 수사 자문을 계속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사건은 무협의 요소들이 가미되었고, 따라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셜록홈즈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습니다.
이러한 변주는 참으로 발칙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신선합니다. 셜록홈즈라는 추리소설의 근본과 한국 장르문학을 지탱해온 무협이라는 다른 근본의 조합은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맛을 선사해줍니다.
그와중에 개방주 올리버 트위스트, 강시 언더테이커(진주 언가) 등 적절한 언어유희/오마주/패러디 등은 살인사건으로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소설의 분위기를 적재적소에 환기시킵니다.
아직 연재 편수는 많지 않지만, 이런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받아 마땅하다 생각하여 감히 글을 올립니다. 옴니버 작가님의 건필을 기원하며, 독자 여러분들도 가볍게 일독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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