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여점 시절, 책방 한 면을 가득 채우던 장르, 퓨전!
무림의 검객이 차원이동을 통해 오크와 엘프가 뛰노는 판타지세계로 간다던가, 서로 다른 세계관이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흥미로웠죠.
[개화기 무림의 대마법사가 되었다]
네. 제목만 봐도 개화기시대극, 무협, 판타지가 섞여있네요.
이 소설은 아편전쟁, 그 이후 강제개항된 조약항에서 시작됩니다.
이런 개화와 침공의 시기를 다루는 시대극이 주는 재미는 분명합니다.
바다를 건너 찾아오는 이방인들에 의해 세계는 좁아지고 기존의 구태의연한 상식은 무너집니다. 바야흐로 격변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죠.
점잖은 정장, 주머니엔 회중시계 그리고 한 손에는 지팡이.
그야말로 대영제국 신사다운 모습을 한 남자.
주인공은 이성과 합리로 무장한 학자이자 사업가입니다.
조약항 부총독으로 임명받아 중원에 상륙한 그는 기책을 발휘해 중원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혼란에 빠진 중원에서 이득을 챙기려합니다.
닳고닳은 무림인들을 속이고 이간질하고, 납치해 해부하여 동방무공의 비밀을 캐내고 그들의 보물을 빼돌립니다. 혼란으로 발생한 이재민들에게 영국산 물자를 풀며 지역 독지가 행세도 하고 뒷구멍의 사업으로는 재난특수도 잔뜩 누립니다.
모국 그리핀제국(영국)의 정예한 적포총병들과 전열함 함대는 주인공의 든든한 뒷배이며, 학문적으로 체계화된 서구의 마법은 머나먼 중원땅의 무림인들에게도 여전히 효과적입니다. 그들은 마법이란 것을 처음 겪어보는 자들이니까요!
마법사들 또한 무공을 처음 겪어보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아무래도 그들이 유리해보입니다. 낯선 것을 마주쳤을 때 보이는 태도가 마법사쪽이 더 낫군요. 그들은 기이한 동방의 무공까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이용해버릴 작정입니다. 왕립학회에 투고할 논문 주제로 딱이군요.
네. 대영제국 마법사의 무림 침공기라는 소재 자체도 엄청 흥미롭지만 제가 추천글까지 쓰게 된 이유는 필력입니다. 문장, 어휘부터 대화와 묘사까지 완성도가 있고 읽기에 거슬림이 없었습니다. 소재가 참신한 소설은 많아도 그것을 맛있게 완성해내는 소설은 흔치 않죠. 정말 반가운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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