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생을 마음속 깊은 곳에 죄책감을 묻어두고 있었다. 기억상실은 그저 자기 보호 본능이었던 것 같다. 생생하게 살아나는 그날의 감각에 분노로 눈앞을 가려 걱정했던 공포감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한 게 너도 살면서 맘이 편하겠다. 어쨌든 그 애가 어찌나 필사적으로 나를 붙잡던지, 나도 모르게 힘이 나와버려서 밀치다가 그렇게 됐지만...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골치였는 줄 알아?!
와이프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지가 힘들다고 이혼하자 그러지, 이혼하게 되면 계획이 무산되는 바람에 당장 살 생활비는 없지. 그래서 협박했지. 이혼하면 강우한테 빌붙을 거라고. 그것도 안 되면 자수하려 했지~ 어차피 나야 돈이 없으니까 감방에서 지내는 게 더 맘 편할 거고.”
“······.”
더 이상 이 사람과의 대화는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말에 대꾸 없이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만을 보는 나를 보며, 모든 걸 내려놨다고 생각했는지 쯧, 혀 차는 소리만을 남긴 채 뒤를 돌아 걸어간다. 새벽은 뒤에서 눈물을 훔치고 진정이 된 듯 보였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 일단 어두워져야 움직이기 쉬울 거야. 그리고 나는 방송 있어.”
“뭐? 이 난리에 방송을 하겠다고?”
“그럼 어떡해! 이럴 줄 모르고 이미 돈은 받았고. 뒷 광고라 티 안 나게 해야 된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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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이 다가오는 로맨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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