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하고 음침한 지하에서 무대 위 한 가운데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를 제외하면 이곳에 빛은 없었다. 무대 가운데에 설치된 커튼을 젖히고 한 남자가 들어섰다.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자리를 잡은 남성은 마이크를 쥐고 조명 밖 어둠 속에서 자신의 말을 기다릴 청중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번 상품은, 자! 보세요! S급 상품! 그 보기도 힘들다는 엘프입니다!”
스피커를 통해 남자의 말에 관중석에 앉아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무대 위 남자의 손짓에 커튼 뒤에서 사슬에 묶인 엘프가 강제로 끌려 나왔고 꿇어앉혀졌다. 엘프의 옆에는 이미 경매가 끝난 다른 ‘상품’들이 울음기가 가득한 얼굴을 한 채 서 있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의 미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희귀하다는 이유로 잡혀가 끝까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소문은 아주 많았고 그렇기에 이렇게 잡혀 왔을 때 체험할 필요도 없이 자신이 처한 상황의 미래를 파악하는 것은 쉬웠다.
그들이 잡혀온 곳은 데케르노의 지하 경제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노예 경매장으로 어디선가 잡혀 강제로 노예가 된 이들이 사고 팔리는 곳이었다. 지하 경제이다 보니 매번 위치를 바꾸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많은 귀족과 상인들이 몰렸다.
“자~. 어디 한 번 시작해 볼까요? 우선 보기 힘들다는 희귀성에 왕성에 계실 여왕 폐하께 뒤처지지 않는 아니 더욱 압도하는 청순하고 오묘한 분위기의 외모. 그러니 적어도 50골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남자의 말에 관중석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50골드는 돈은 낡은 집 한 채를 장만하고도 가족이 반 년 동안 먹을 식비정도는 되었기 때문이다. 신음소리를 낸 자들과는 다르게 귀족 티가 나게 옷을 입은 사람들은 조용히 번호판을 들어 남자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그 과정이 몇 번 지났을 즈음에 경매장에 낯선 이가 들어섰다. 주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밝은 청록색 로브에 손에는 지팡이 허리춤엔 검을 들고 있었다. 그는 관중석 사이에 있는 계단을 미끄러지듯 내려가 사회를 보는 남자의 앞에 도달했다.
“누구의 허락을 받고 내 영역에서 이런 짓을 하지?”
성격 더럽다고 알려진 드루이드 엘뤼키에의 살벌한 일생을 서술하는 드루이드 일대기 많이 와서 읽어주시고 아직 초보인지라 많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http://novel.munpia.com/26898
김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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