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글 목록을 보다가 별 생각 없이 “어? 이런 글도 있었나?” 하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선작수 405. 좋게 말하면 자기 색깔이 뚜렷한 글일테고, 나쁘게 말하면 어쩌다가 추천글이 얻어걸린 작품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바닥이 언제나 그렇듯이 읽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는 법이죠.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지성준(주인공, 30세, 남, 골초)은 정말 비참할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필력도 괜찮고 설정도 잘 짜는데 안 팔리는 작가라니, 오마이갓, 만약에 제 자신이 그렇다면이라는 가정도차도 정말 상상하기 싫군요.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걸고 쓴 소설마저 처참하게 망하고 절필을 생각하는 시점에서 여자친구에게 차이는 것은 덤입니다. 그저 일개 독자인 제가 이렇게 느낄 정도면, 현업 작가님들은 아마 그 절망감 속에서 공감을 포기하고 선작을 지우실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여기서 이제 생각하지도 못했던 출판사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제안을 받으면서 19화만에 글이 본 궤도로 오르려고 합니다. 호흡이 현재 각광받는 숨 막힐 정도의 빠른 전개와는 거리가 있지만, 이에 비하면 비교적 느긋한 템포를 적절히 조절하는 작가님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절망과 무기력에 빠진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매우 세밀한 것도 좋고, 이렇게 된 주인공에 대한 주위의 시선 또한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한 각도를 충분히 생각한다는 점이 마음에 드네요.
요즘 익사할 정도로 차오르는 클리셰 덩어리 현판과도 선을 긋는 것이, 일단 판타지가 아닙니다(....) 회귀도 하지 않으니까요. 이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네요. 다만 장르문학 시장 자체에 관해서도 작가님이 많이 조사하신 것이 보여서 (비록 요즘 작가물이 몇 작품 있긴 하지만) 작가지망생분들에게도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연재분이 많지 않아 사실 추천글을 쓴다는 것이 참 미묘한 부분은 있지만, 역시 선작과 댓글, 추천은 작가님들의 자양분이라 믿기 때문에 한 편이라도 더 기운차게 연재하실 수있기를 기원하면서 이렇게 몇 자 적습니다. 좋은 글이 더 많이 읽힐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글 줄입니다.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