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한 화 한 화 연재본을 따라가는 게 감질나, 출판까지 기다렸다 한 권 씩 두툼하게 읽을 수 있는 대여점을 즐겨 찾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몇 년 읽다보니 대여점도 줄어들고 제가 읽고 싶은 스타일의 소설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더군요. 그때부터 살짝은 억지로 연재 사이트들을 둘러보게 되었고 이제는 제 마음에 드는 소설들의 연재를 매일 손꼽아 기다리며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최근 읽고 추천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 작품 한 편을 소개하고파 추천란에 글을 남깁니다.
바로 최정상 작가의 <몬스터 부리는 남자>입니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제 독서 경험에선 드래곤을 길들이고 몬스터를 소환하는 한국 판타지 소설들은 차고 넘치도록 봐왔지만 몬스터를 길들이는 것이 메인 소재인 그것을 접한 적이 있는지는 떠오르기 힘들 정도인 터라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지 꽤나 관심이 갔습니다. 동시에 ‘몬스터를 길들인다’는 설정이 어릴 적 즐겨 보던 포켓몬스터가 떠올라 친숙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네, 첫 인상은 ‘판타지 소설판 포켓몬스터’였습니다.
몬스터 테이밍과 더불어 이 소설의 핵심인 회귀는 언제 읽어도 흥미가 동하는 소재더군요. 과거를 현재 삼아 모든 것을 미래를 위한 안배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는 건 참 두근대는 일이죠. 이 회귀물과 몬스터 테이밍이 만나면 과연 어떤 시너지가 될지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나쁘지 않은 초반 인상과 기대감은 27편이 연재된 지금까지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 소설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 7일 연재의 소설이 글의 퀄리티와 분량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주 7일 연재는 작가님에게는 정말 대단한 강행군이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그 소설의 감흥을 이어나갈 수 있는 연속성이 부여되더군요. 작가님의 비교적 깔끔하게 정돈된 문체도 피로함을 덜 느끼게 해주며 글을 계속 읽어 나가는 뒷받침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회귀물이라면 필연적으로 갖춰지는 ‘나를 우습게 보는 상대에게 내 실제 위치를 드러내 좌절감을 주면서 독자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는 소위 ‘사이다’스러운 전개가 남발되지 않는 점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이다 소재가 쉬지 않고 남발되는 소설들을 최근 많이 접해 지친 감이 없잖았는데 <몬스터 부리는 남자>는 아직 연재 분량이 많지는 않더라도 그 점에서는 꽤 시의적절한 지점에서만 쓰이더군요. 이렇게 사이다스러움이 조절되니 그만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파트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몬스터와 교감하는 몬스터 테이머의 이야기에겐 이런 균형감각이 필수겠지요.
물론 단점이 없는 소설은 아닙니다. 추천을 위해 쓴 글이라 단점을 길게 쓰지는 않겠습니다만, 연재소설로서의 서사의 호흡은 아직 불안정합니다. 답답하거나 루즈함이 느껴짐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일부 파트에서는 여타 판타지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전형적이라는 인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 <몬스터 부리는 남자>는 그 소재와 분위기, 작가의 성실함이 매력 요인임은 분명합니다. 등장하는 몬스터들도 점점 회차가 진행될수록 머릿속에서 구체화되고 귀여워지더군요. 한 번쯤 읽어볼 만 한 소설이라 생각하며 이렇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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