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작인 노블리스트를 추천합니다.
사실 문피아에 아쉬운 점이 이 부분인데, 랭킹이나 추천하기 모두 연재 진행 중인 최신작 위주로 되어 있고 예전 작품이나 완결작 중 일부를 제외하면 접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신규로 유입된 유저들 같은 경우... 아직 볼 만한 작품이 많이 있는데도 대충 최신 인기 작품들을 훑고 나면 ‘볼 게 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신규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문피아를 들어왔더니 그 사이에 연재를 마친 재미있는 작품들을 접할 길이 없더군요. 그래서 저라도 예전 작품들을 하나씩 추천하기로 했습니다^^
작가가 자신이 쓴 소설 (정확히는 그 소설의 세계관) 안으로 들어가서 활약하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일반적인 모험담보다는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삼국지, 초한지 류의 군담 소설에 가깝습니다. 흔하지는 않아도 가끔 보는 설정인데, 일단 기본기와 필력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힙니다. 작중의 인물이나 아이템 등에 대한 설명을 보면 작가 분이 TRPG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다는 느낌인데 그래서 주인공이 “설덕후”라는 설정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제가 노블리스트를 고평가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초반에 잡아 놓은 설정을 계속해서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출발한 많은 소설들이 중후반 넘어서는 그 설정의 매력을 잃고 똑같은 전개로 가거나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예를 들어 회귀를 했는데 그 결과 미래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냥 일반적인 깽판물로 변합니다. 혹은 이세계로 진입한 주인공의 원래 직업이 XX인데... 진행하다 보면 그런 설정을 굳이 왜 했는지 알 수 없는 일반적인 판타지 영웅이 되어 버립니다. 그런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노블리스트는 ‘작가’라는 주인공의 아이덴티티를 중후반까지 잘 활용하면서 이야기를 끌어 나갑니다. 이 점 때문에 흔히 말하는 “3권의 벽” 에서 무너지지 않고 재미를 유지합니다.
주인공의 연령대를 봐서 작가 분이 집필 당시 고등학생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굳이 이런 설정에서 주인공을 고등학생으로 할 이유는... 작가 본인이 고등학생이 아니면 없지 않을까 싶은데요.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쓴다, 비문이 없다 등등 요즘은 성인 작가들도 지키지 못하는 글쓰기의 기본이 잘 되어 있을 뿐 아니라 내용 전개에 비약이 적고, 개연성이 있어서 신기합니다. 작중 주인공은 소설을 많이 읽었다... 고 되어 있는데 실제 작가 분은 소설보다 TRPG를 포함한 게임을 많이 한 것 같은 인상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오히려 양판소적 설정이나 뻔한 전개가 드문 것 같기도 하네요. 어떻게 보면 일본 소년 만화에 자주 나오는 고전적인 왕도 전개를 따라가는 소설이지만 요즘은 오히려 그 편이 덜 뻔하게 느껴져서...
일단 저 개인적으로는 지금 기준 각종 랭킹에서 접할 수 있는 작품들에 비해 읽는 재미가 부족하지 않았던 소설입니다. 중후반부까지 그 재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고평가하기도 합니다. 한 번 읽어보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노블리스트 마지막 추천이 15년도인 것 같네요 15년도에 완결된 소설이니.. 앞으로도 이런 완결작들을 부지런히 찾아 추천해 볼까 합니다. 지금처럼 연재 진행 중이나 출간 직후가 아니면 노출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괜찮은 소설이라면 완결된 이후에도 꾸준히 작가 분에게 수익을 가져다 주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 사이트는 어느 정도 그런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문피아의 아쉬운 점이네요. 지금 웹소설 시장의 전망이 밝은데... 사이트 경쟁력은 우선 컨텐츠 즉 좋은 작품의 확보,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컨텐츠의 효율적인 노출 그리고 순위 등 큐레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알고리즘을 통한 개인화 추천 막 이런 것까지는 안 바라더라도;; 문피아가 오래된 사이트인 만큼 재미있는 완결 작품이 이렇게 많은데 꽁꽁 숨겨두고 보여주지 않는 건 이해가 안되네요. 다른 사이트 독점으로 다 옮겨가도 할 말이 없지 않을까... 소설 쪽이 은근히 헤비 과금 유저(?)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돈을 쓸 용의가 있어도 볼 작품이 없으면 쓸 수가 없습니다. 아닌 말로 저만 해도 문피아가 알아서 노블리스트를 보여줬다면 기꺼이 돈을 썼을 텐데 어제 우연히 보기 전에는 그럴 일이 없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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