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학생 시절부터 군대를 다녀오고 수 년이 이르기까지, 문피아를 오래 알았습니다만 글을 남긴 것은 이번이 두 번째에 불과하네요.
그 첫 번째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지인이 쓴 작품에 대한 추천사를 남기기 위해서였으니, 고작 이 정도 인연으로 남겨두었나 싶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각설하고 글 얘기를 해야겠죠.
그러나 수박을 가르듯 시원하게 왈가왈부하기에 앞서, 소설이란 본질적으로 무엇인가 간단히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소설이란 이야기입니다. 소설가란 이야기꾼이겠죠.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팔아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팔릴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쯤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시간이 아깝게도 이런 소리를 늘어놓는 까닭은, 세월이 하 수상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다운 이야기를 꺼내놓는 이야기꾼이 귀합니다.
생기를 잃어버린 채, 작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억지 웃음을 짓는 플롯과 캐릭터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시대입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가기 위해 우리는 몰입이라는 위대한 능력을 깡통따개처럼 사용해 수준 이하의 글들을 따서 먹어치우고는 내던져 버립니다.
물론, 제가 추천하려는 작품은 그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든가, 물줄기를 뒤틀 희대의 역작이라든가 따위 거창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이야기는 이야기꾼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말해 첫인상부터 잘 쓰여진 글은 아닙니다. 현대적인 판타지를 다루는 이야기인데, 논리 전개가 급합니다.
중심 소재를 상당히 뜬금없이 소개한다는 말입니다. 리얼리즘을 살린 격투물인가, 싶다가 초자연적인 요소가 등장하더니 평온한 일상이 되는군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마블의 히어로 영화 오프닝이 떠오르는 첫 부분은 생략하고 서서히 드러내면서 진행했으면 싶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그 부분을 받아들이고 나면, 이야기가 점점 흥미로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요즘은 당연한 것처럼 무시되는 당연한 요소입니다.
재미란 몰입입니다. 몰입을 위해선 동의해야 하고, 동의하기 위해선 설득해야 합니다.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그럴듯한 장소, 그럴듯한 인물, 그럴듯한 상황, 거기에 맞는 양념까지 곁들이는 것은 이야기꾼의 당연한 소양이겠죠.
이 작품은 당연한, 어찌 보면 넘치는 소양을 갖추고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장소에서, 있을 법한 인물들이 그럴 만한 상황에서 인물에 맞는 대사로 대화합니다.
이 말이 칭찬이 되는 이유는 그 과정에 이야기꾼의 깊이 있는 솜씨가 있기 때문입니다. 설득하는 솜씨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수많은 인물들과 인과관계가 복잡하게 넘쳐 흐르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명멸하는 군상보다는, 시원하고 통쾌한 하나의 인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문장으로 요약한 다음 제목으로 삼아 깨알같이 적을 수 있도록 간단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귀추가 주목된다고 흔쾌히 말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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