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란에는 처음 쓰는 추천글입니다. 작가님과 작품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지만, 졸렬한 글솜씨나마 추천글 올리겠습니다. 이하 존댓말을 생략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하 동 작가의 완결작 [삼국지 풍운을 삼키다]의 미리니름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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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작가는 전작 [삼국지 풍운을 삼키다]를 훌륭하게 완결을 낸 작가이다.
개인적으로는 문피아의 모든 독자가 그럴 것이라 생각하지만, 전작이 너무나 한숨과 탄식 이외의 어떠한 가능성도 보이지 않았던 경우가 아닌 한, 완결까지 낸 작가의 신작은 따라가게 된다. 본 글에서 추천하는 [삼국지 팽월전] 또한 그러한 연유로 읽기 시작한 글이다.
삼국지 팽월전 자체의 장단점을 논하기 이전에, 간절히 작가의 글 스타일에 대해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0. 고증, 특히 전투상황의 고증에 철저하다.
작가가 [풍운을 삼키다]의 후기(혹은 어딘가의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고대 중국의 전투상황을 재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한계 하에서 그리스식 진형을 이용한 전투가 벌어지긴 하지만, 굳이 의식하지 않는다면 어색하지 않다.
또한 작중에서 나오는 계략과 음모, 기발한 전술은 너무 기발한 나머지 “정말 이게 된다고?” 싶지만, 작가의 말에서 어느 시대의 어느 일화, 혹은 어느 전투를 참조했다는 점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는 점이 전투, 나아가 전체 스토리의 개연성을 보강해준다.
물론 고증보다 중요한 것은 필력이지만, 필력은 독자의 주관에 의존하는 부분도 있기에 언급을 삼가도록 한다.
1. 주인공은 강하나, 완벽하지 않다.
삼국지 풍운을 삼키다의 진현승(지력)도, 팽월전의 팽월(무력)도 강한 개인이다. 하지만, 이 두 주인공에게 부하란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며, 어딘가에서 보이는 “사실 혼자 다 해먹을 수 있지만 부하에게 맡기고 실패한 다음에 뒷처리하는 와중에 겸사겸사 스토리를 미친듯이 진행시키는 주인공”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부하가 없는 주인공은 어느정도 자신의 힘으로 성공도 일굴 수 있지만, 진현승을 예로 들면 조급함에 빠져 가후의 충언을 무시하고 예주로 진출하다 역으로 악수가 된 경우도 있다.
2. 개인의 강함은 단체(군대)보다 약하다. 그러나 단체는 여러 개인의 힘으로 구성한다.
옆동네 출간작중에 가상현실게임 안이라고 해도 1대 몇억을 이기는 주인공이나, 문피아 내에서도 일인군단을 사랑하시는 모 작가님의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장르판에서 주인공이 혼자 해먹는 것은 오래된 클리셰의 영역에 있다. 주인공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경향은 굉장히 강하다. 무협을 예로 들면, 대다수 작품에서 무림맹의 그 수많은 인재중에 브레인 역할을 하는 것은 제갈세가의 세가주쯤 되는 사람밖에 없으며, 나머지는 그 사람에게 정보를 가져다주기 위한 들러리쯤 되는 것이다.
삼국지 소설에 이 공식을 집어넣는 작가의 경우, 바로 이 점 때문에 삼국지라는 매력을 잃게 된다. 최신 트렌드는 역시 제갈량 거르고 가후 영입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말하자면 문제는 가후를 영입하면 그 뒤에 영입하는 모사는 기껏 영입해서 가후 밑에서 일하며 전혀 차별화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간절히 작가의 모사들은 전혀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삼국지의 인재풀을 새로이 발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모사들이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해준다. 팽월전을 예로 들면 순심의 발굴을 들 수 있는데, 순심의 행정적 능력을 생각하면 속칭 쩌리가 되기 쉬운 유형의 캐릭터이지만, 획기적인 발상을 통하여 이제까지 장르판에서 본 적 없던 새로운 유형의 정보담당참모로 변신을 시킨 것이다. 저수가 약간 올라운더로 가는 면모를 보이긴 하지만, 아직 팽월전은 인재풀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안에 있다.
개인의 강함이란 주인공의 강함이라고 해도 되는데, 현승은 약점을 시각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작품의 내용이 진행하면서 서서히 능력에 의존하지 않게 되었으며, 팽월이 무공의 고수라 해도 군대 상대로는 못 싸운다.
3. 정량적으로 약한 집단은 정량적으로 강한 집단을 상대하기 힘들다.
병력이 적은 군대는 많은 군대를 상대하기 힘들고, 작은 나라는 큰 나라에 대적하기 힘들다. 소출이 적은 나라는 많은 나라를 상대로 전쟁수행을 계속하기 힘들다. 두 군대의 병력이 동등할 때, 병종에 상성이 존재한다면 약한 병종은 강한 병종을 이기기 힘들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고 이치인데, 장르판에서 이거 지키는 사람을 별로 못 봤다. 적절한 개연성을 적절한 필력으로 버무린 사람은 명작을 탄생시켰다. 본 항목의 원칙을 밀어붙여서 나온 작품이 삼국지 대체역사물의 명작 [같은 꿈을 꾸다 in 삼국지]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같은 꿈을 꾸다]는 처음부터 “물량 잘 뽑히는 곳이 우리땅이니 물량으로 밀어버려야겠다!”가 대전략인 작품이라면, 간절히 작가의 작품은“가장 물량 좋은 곳은 원씨들에게 뺏겼으니 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한다”는 점이 차이라 할 수 있으며, 그 해답은 전작[풍운을 삼키다]에서는 형주로, [팽월전]에서는 또 다른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상의 사실들은 지나치게 일반화한 표현이기도 하고, 사실 누군가의 스타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당연한 사실들이다. 하지만 먼치킨이 판치는 지금의 장르소설판에서,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쓰는 작가는 너무나 드물다. 그리고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하는 것은 사실 너무나 힘든 일이다.
본 글의 목적으로 되돌아와서 [삼국지 팽월전]의 긍정적인 특징을 논하자.
o. 상기한 특징들을 잘 녹여내고 있다. 즉, 개연성은 믿고 볼 수 있다. 작가의 소개를 덧붙이면, [팽월전]은 무공을 접목시킨 삼국지물이다.
i. 과거로부터 환생한 주인공의 처지를 유효하게 활용하고 있다.
[풍운을 삼키다]의 주인공 진현승은 현대인 회귀자이다. 떄문에 삼국지 인물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어느 정도는 소위 각이 나오는데, 팽월은 그렇지 못하다. 팽월이 알고 있는 인물은 초한쟁패기의 인물들과 현시대에 같이 활동하는 영걸들 이외에는 없으며, 따라서 이름에 따른 우대 등 현대인 회귀자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하지 않는다. 시스템에 정답지(혹은 그에 버금가는 치트키)까지 쥐어줘야 주인공 취급을 받는 현 장르판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하는 주인공이란 영 적응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삼국지물이라는 특성 하에서 이러한 유연성은 전혀 단점이 되지 않을 것이다.
ii.무공이 지나치게 강력하지 않다.
팽월전의 특징은, 삼국지물에 무협적인 요소를 섞었다는 점이다. 사실 전통적인 무협의 주제가 무와 협이고, 수단이 무공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삼국시대란 축복받은 시대에 무공만을 접목시킨 팽월전에 대해 사소한 아쉬움은 있지만, 이 무공의 파워밸런스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간절히 작가의 능력은 대단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다. 전술에도 여러 유파가 있어서 소설 내에서 각 무장의 성향이 어떠한지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 점은 높이 평가하고싶다.
이러한 점만을 본다면 팽월전은 본 추천인이 굳이 추천글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인기가 많고 구매수도 상위권에 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본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걱정이 될 정도로 본 작품의 구매수는 전혀 높지 않으며, 추천인은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한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즉, [팽월전]은 다음의 두 가지 금기를 범한 것이다.
1. 삼국지물에 무공을 접목시킨 것 자체의 거부감
삼국지물을 보는 독자는 보통 인재수집과 세력싸움 등을 즐기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이 세력싸움이라는 측면에서, 삼국지물은 현재 무협의 주류트렌드 즉 중원을 중심으로 하는 유아독존물과는 양립하기 힘들다. 물론 꾸준히 읽어본다면 어디까지나 “삼국지”가 메인이라는 점을 알 수 있지만, 유료작품을 꾸준히 읽어보라고 권유하기엔 너무나 각박한 자본주의/개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을 놓치고 만 것이라 생각한다.
2. 삼국지물에 무공을 접목시켰는데 무공이 너무 약하다.
위에서 몇 번이고 언급한 바와 같이, 구무협과 신무협이 갈라진 이래로 무협의 오랜 트렌드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무공이 너무 약하다. 물론 시대상이 시대상인 만큼 소림사, 무당파와 같은 전통적인 문파가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여도, 고작 몇 천 명 무공도 안 익힌 군대를 상대로 대륙에서 손꼽히는 고수라는 사람이 다 베어넘기지 못한다니, 그러면서 절벽에서 떨어지든 공청석유를 마셔보든 심지어 미래에서 온 후손이라는 사람이 강제로 나노머신을 주입하든 나 혼자 다 해먹을 수 있게 더욱 더 강해지려는 노오오오력도 안 하는 주인공은 무협의 주인공으로 실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구무협마냥 무와 협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전통적인 무협 독자들에게도 어필을 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무협에서도 군대와는 상대를 하지 못한다는 서술을 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런 서술이 있어도 막상 붙여보면 잘만 싸우며, 애초에 싸울 장면을 만들지를 않으니 더욱 위화감이 느껴지는 부분일 것이다.
물론 본 작품은 기본적으로는 삼국지물이고, 그 정체성을 따라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금기라고 표현한 것이고, 사실 무공이 없더라도 본 작품의 스토리는 전개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물론, 서술상 복잡해지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특히 본 작품의 고증이 너무나도 뛰어나기에 그 안타까움은 배가된다. 이에 본 추천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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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은 이상입니다. 물론 소재가 안타까운 측면은 있지만, 스토리와 고증은 그걸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좋으니 모두들 한번쯤 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손 가는 대로 쓴 글이라 엄밀하지 못한 부분, 중언부언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더 이상은 뱀발이 될 것 같으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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