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글이고 아시는 분은 다 아시는 글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읽다가 제 흥에 겨워 추천합니다. 견마지로 님의 무협소설 '추구만리행'입니다.
제목은 '개를 쫓아 만리를 간다'는 뜻입니다. 만리 유배 가는 고관대작 탐관오리를 청부, 원한, 의협심 등으로 수 명의 강호인들이 추적하는데, 탐관오리가 단순한 탐관오리가 아니라서 유배를 유람처럼 가느라 사병과 호위까지 거느리고 떵떵거리며 가는 중에 쫓는 자들과 쫓기는 자들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계속 벌어집니다.
등장 인물이 많고 각자 배경이 있는 탓에 초반 전개가 빠르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궤도에 오른 후에는 이 사건에서 저 사건으로, 이 전투에서 저 전투로 넘어가는 흐름이 유려해서 몰입감이 좋습니다. 협과 탐의 대결이라는 정통적 테마 속에서 탐관오리 캐릭터에까지 깊이를 주고 있어 뻔하거나 고루한 느낌이 없습니다. 전투신 묘사는 예술 무협 영화를 보는 것같이 정경의 묘사, 무기의 진퇴, 인물의 감정까지 삼합이 일품입니다.
소설을 다시 읽으면 뒷이야기를 알기 때문에 지루해지기 쉽지만, 인물 간의 합이 좋거나 문장이 훌륭하면 다시 읽어도 좋더라고요. 읽을수록 좋아집니다. 저는 무협소설을 좋아하는데 이 글은 최근 몇 년 간 읽은 무협소설 중에 제일 좋고 평생 읽은 무협소설들 중에서도 수위권입니다. 종이책으로 사서 소장하고 싶은데 출판 소식은 제가 아는 게 없네요.
완결난 지 3년 됐으니 당연한 거지만 선작이 조금 떨어졌길래 한 분이라도 더 같이 읽으면 좋겠다 싶어서 추천합니다. 긴 겨울밤에 정통무협의 정취를 느끼며 하룻밤 동안 협객이 되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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