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특별한 소설을 좋아합니다.
소재가 특별하든 비유가 감칠맛이 나든 소설에는 무언가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독자죠. 그래서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김애란 작가의 <침이 고인다>, 유재용 작가의 <청룡장>, <청룡맹>, 이원호 작가의 <서유기>, burn7 작가의 <야왕 성귀남> 등을 좋아합니다. 한데 묶기에는 말도 되지 않는 작품들이지만 저는 특별함이라는 기준으로 이 소설들을 묶을 수 있습니다.
무정호 작가의 <오픈마켓으로 성공하라>도 그 특별함이 있는 소설입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흙수저에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사람입니다. 그곳에서 앞으로 사업을 함께할 동료를 만나죠. 그리고 그 동료와 함께 모 단체에 들어가 짝퉁을 팔기 시작합니다. 무스펙에 사회경험이 전무했던 주인공, 주인공은 그 과정에서 성공도 하고 위기도 겪습니다. 노 회귀, 노 이능을 표방하는 소설답게 이 과정이 처절하기도 하고 더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덧 홍콩, 중국을 오가며 거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죠.
자, 그럼 이 소설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요?
우선 이 소설은 소재가 특별합니다. 오픈마켓은 소설에서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 생소한 소재죠. 게다가 짝퉁, 사기 얘기가 굉장히 자세하고 길나옵니다. 창업 관련 이야기도 단골 소재고요. 제가 접해본 소설 중 이 분야를 이렇게 깊고 세밀하게 다뤘던 소설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어둠의 영역이었으니까요.
소재가 특별했다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은 어떨까요?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실패하는 책들이 많습니다. 보통 좋은 소재만 가지고 자료조사가 미진해 세밀한 부분을 놓치게 되는 경우, 아니면 자료조사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소설이 아니라 설명서가 된 경우죠.
무정호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작가 분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 소설기법에는 높은 평가를 주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유머를 넣은 부분도 센스있다고 보기가 어렵고요. 그저 최소한 독자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게 이끌어가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디테일을 길게 설명하지 않고 전개에 무리한 갈등을 주지 않다 보니 오히려 소재가 빛을 발하게 됩니다. 일단 소재가 재밌고 소설 안에 다양한 세부적인 테마들이 나오다 보니 독자입장에서는 이런 평범한 전개도 나름 읽을만한 것이죠. 전개에 특별함이 없는데도 꾸준히 손이 갑니다.
어느덧 80화를 넘긴 무정호 작가의<오프마켓으로 성공하라!>. 이능과 회귀없이 재밌고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 디테일을 살려서 무리하지 않는 소설, 한번쯤 선호 작품에 등록하셔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참, 작가분이 “이 글에 나오는 판매 방법을 절대 따라하시면 안됩니다!! 큰일납니다.”고 하셨으니 절대 따라하지 마시길...
*독자의 지난 추천목록- 한산이가, <열혈닥터, 명의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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