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꿈꾸는 작사가'를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비벗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행복해 지는 느낌을 가끔씩 느낍니다.
꿈꾸는 작사가 또한 추천드리지만, 이번 작품 '내 아이돌은 인생 2회차'는 참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사이다 사이다 사이다" 탄산 가득한 글은 아닙니다만 또 고구마도 없습니다. 잔잔한(??) 힐링물입니다. 그냥 캐릭터를 응원하게 된다고나 할까요.
제목에서 모든 걸 유추 가능하듯이, 주인공은 매니저이고, 주인공의 아이돌은 회귀를 겪었습니다.
제목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또 생각해 보면 이 제목만큼 작품을 잘 설명하는 제목이 없더군요. 회귀, 요즘에도 여전히 유행하는 장치인데, 회귀를 주인공이 겪은 것이 아닌게 특이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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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획사의 로드매니저 3년차 이시현.
신인 걸그룹 로즈스톰을 맡아 설렁설렁 알량한 월급을 루팡하던 그에게, 멤버 중 하나가 어느날 문득 말한다.
"시현 오빠... 나, 2회차야."
최고의 자리를 향한 청년 매니저와 아이돌 2회차 소녀의 도전기.
미래를 알고 있음에도 순탄치만은 않은 연예계의 뒷사정과 복잡한 팬들의 마음.
그렇지만 내 주인공을 세상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한 이시현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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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돌의 회귀 고백 부분이 조금, 아니 많이 이상합니다. 유치하다고 해야할까요.
하지만 이런 유치한 고백 또한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소설 사이사이 여러가지 복선들이 숨겨져 있고, 그걸 해석하다 뒤통수 맞는 재미도 있습니다 ㅎ
150화 이상 연재되었음에도 초중반 부라는 느낌도 좋습니다. 사실 중후반부에 들었을 수도 있는데, 그만큼 초반과의 괴리감이 없다고 받아들이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 6권 어느 부분 발췌 ---
틀린 건 그런 쪽이 아니다. 전유민이 나비 효과로 인해 타인의 성공이 무너질까봐 변화를 주저하는 건,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틀려먹은 부분은 그녀가 그렇게 하려는 이유. 그 사고방식을 만든 전제가, 진짜 빌어먹게도 잘못된 것이었다.
"아까 했던 얘기, 생각해봤다."
"얘기? 어떤 얘기?"
"니가 가짜라고 한 거. 그래서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
"응? 히히, 그거 신경 쓰고 있었어? 고마워 오빠. 그치만 괜찮아. 나 그런거 때문에 힘들거나 외롭지 않아."
그 말에는 좀 놀랐다. 그렇게 말하는 전유민의 얼굴에 진심이 가득해 보여서.
힘들지 않다고? 자기 자신을 가짜라고 규정하고 살아가는게, 외롭지 않다고?
"그런 건 괜찮아. 나는 이미 한 번 살아봤잖아? 그러니까 이번 생에서는 어떻게 돼도 별로 상관없어. 이건 어차피 덤으로 얻은 기회니까."
...... 미친 소리였다.
...
"나도 자세히는 몰라, 오빠. 그치만 오빠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그래서 고민했던거야. 오빠는...... 분명히 더 높이 날았을 테니까. 결국 세상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주인공이 됐을 거니까.
꿈을 이룬 그 미래를 지켜주는게 맞는 건지, 다시 후회하지 않게 막는게 좋은 건지, 나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서, 그래서 오래 말 못했던 거야."
전유민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그 말도 안 되는 후회가, 예정된 내 미래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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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여러 가지를 다룹니다. 미래와 거짓말, 진실과 진심과 후회 그리고 운명.
그러나, 이런 걸 뒤편으로 감춰둔 소설은 재미로 가득합니다.
소설은 재미있으려고 보니까요.
일해라 로동스톰!!
함께 로즈스톰을 위해 노동하는 로동스톰을 보러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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