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 제 취향 바닥까지 박살내버려서 추천글을 쓰기 위해 서두를 어떻게 잡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정통판타지/영지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추천글 읽으셔도 됩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 스바드는 영주의 버려진 아들로 어릴 때 신전에 맡겨져서 성장합니다. 18살이 되던 해에 죽음의 위기에서 잊혀진 고대의 힘을 계승하고 난뒤 본격적으로 원수같은 아버지의 영지를 접수해서 키우려 합니다. 스토리 자체는 단순하고 문장 및 서술은 자연스러워서 쓱쓱 잘 읽힙니다.
총평을 하자면 먼치킨 영지물이라는 얼개가 톡톡히 제몫을 할 만한 작품입니다.
영지물은 검증된 스테디입니다만 사실 잘쓴 영지물은 또 별로 없죠. 영주의 무력과 영지의 성장이 밸런스를 갖추기 어렵고 오버테크놀러지라는 치트키의 유혹에 빠지기 쉬워 위화감없는 전개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아직 초반부이긴 하지만 물꼬를 잘 틔워나가는 듯해서 만족스럽습니다. 주인공의 행보가 많은 것을 숨기는 잠룡과 같다가도 화끈할 때는 또 그렇게 화끈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스토리에 적셔드는 분위기가 일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주인공은 시대와 계급의 외곬수같은 아웃사이더입니다. 그런데 바로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에 문명과 야만이 섞여 위대한 신비가 살아 숨쉬는 시대상에 몰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언뜻 거칠고 투박하게 터치하는데도 주인공을 뒤따라가다보면 그 발자국마다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놀랍습니다.
신과 전설 그리고 종교라는 요소를 과장되지 않게 잘 활용하는 데에도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제가 백수귀족님의 바바리안 퀘스트라는 작품을 애독하는데요 거기서 내뿜어지는 기묘한 신성이 좀더 구체적으로 구현한 형태가 바로 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판타지를 정말 기다려왔다는 걸 이 작품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너무 재밌게 정주행해서 당분간 다른 생각이 안날 것 같습니다. 과장 좀 보태자면 느닷없이 어디엔가 개종해서 대단히 순수해진 느낌입니다.
찬성: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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