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감독 천만감독 되다.’
제가 추천할 소설의 제목입니다.
독자님들께서는 이 소설의 제목만 봤을 때.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아주 오래전 방영했던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에로 영화 배우를 열연했던 김민정과 에로 영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 ‘레드카펫’, ‘아티스트 봉만대’가 떠올랐습니다.
사실, 같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 일은 종류에 따라 급이 있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장르문학과 일반문학에 관한 인식이 그렇고.
영화와 에로영화가 그렇죠.
결국, 문학이고 영화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그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뭐가 우월하다 낮다 하며 싸웁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에로영화와 포르노를 구분합니다.
예술 영화를 찍고 싶었지만, 동업자에게 배신당한 탓에 현실과 타협해서 에로영화를 찍을지언정.
스토리가 없는 야동 연출가는 되지 않겠다는 소신을 세우면서요.
이 와중에 예술 영화 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합니다.
포기가 아닙니다.
간직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고중필뿐만 아니라 주인공과 함께 에로 영화를 찍는 모든 배우와 제작진이 그렇습니다.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을 간직한 채 현실을 삽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죠.
꿈을 간직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습니다.
고중필은 에로 영화와 포르노를 구분하지만.
에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주인공에게 포르노를 강요합니다.
고중필이 말을 안 들으니 자를 생각까지 하지요.
그런데 현실이 암울하다고 해서 소설까지 암울하진 않습니다.
시장의 흐름에 소신이 꺾이려는 찰나.
주인공이 우연히 소장하게 된 ‘메모리즈 캠코더’가 빛을 발합니다.
캠코더에 담긴 대상의 기억까지 담아주는 ‘먼치킨?!’ 캠코더가 바로 메모리즈 캠코더입니다.
SNS가 삶의 일부가 된 사회에서 영상은 엄청난 파급력을 가집니다.
도촬, 도청.
명백한 불법이지만, 이만큼 확실한 증거가 없을 겁니다.
메모리즈 캠코더는 가장 확실한 도촬과 도청수단입니다.
캠코더를 사용할 순간과 찍힐 대상에게 원하는 기억을 연상할 만한 질문만 던져준다면요.
누군가의 비리를 폭로하거나.
누군가의 진심을 인지하거나.
단순히 이런 고발과 정보 습득에만 쓰이는 것도 아닙니다.
주인공이 감독이기에 본인 작품의 좋은 영상 자료로도 활용되죠.
고중필은 같이 동고동락한 에로 배우 오복순이.
대표의 꼬임에 넘어가 일본에 팔려갈 뻔한 걸 메모리즈 캠코더로 구제합니다.
그리고 영화에 관한 꿈을 접기로 하고 그간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려 30분짜리 메이킹필름인 ‘백스테이지 에로무비’라는 영상을 찍죠.
이 영상에는 그동안 찍었던 영화의 필모가 간략하게 담기고.
이 영화를 찍으며 동고동락했던 제작진들의 기억을 캠코더를 통해 담아 메이킹필름이 아닌 추억 필름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세상에 공개하려 ‘미튜브’라는 영상 플랫폼에 올리죠.
아직 공모전 기간 초반이라 제가 읽은 내용이 딱 여기까지입니다.
사실, 이 추천 글에는 스포가 너무 많습니다.
정말 잘못됐는데.
이 소설의 매력을 독자님들께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스포를 포기할 수가 없네요.
대신, 이 이후의 내용은 독자님들이 오롯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뻗어 나갈 이야기 가지 수가 정말 많습니다.
최근 공모전 글을 추천하면 분량이 너무 적은데 추천하는 건 너무하다는 반응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이제 겨우 7화인데도 정말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글에 사용되는 단어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많은 걸 연상시키게 합니다.
내용이 짧은데도 이게 가능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
적절한 현실 풍자.
기억을 영상에 담는다는 부분에서 어쩌면 인간의 아픈 구석을 담을 수도 있고.
따뜻한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습니다.
소재에서부터 정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재미에서 색다르면서도 확실한 재미를 선사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쩌면 ‘메모리즈 캠코더’라는 소재 자체는 신선하지만.
누군가의 기억을 읽는다는 점에선 식상할 수 있습니다.
여러 작가님이 시도했고.
저 역시 시도 중입니다.
하지만 구성과 조합이 정말 매끄럽고 좋습니다.
영화감독이라는 직업 안에서 캠코더가 만들어 낼 시너지는 엄청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공모전에서 이 작품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스포당하지 않은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다만, 전 ‘내 글 구려병’을 염려해 당분간 이 글의 독자가 되는 걸 포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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