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소설에도 여러 스타일이 있는데, [왕래자]의 경우는 판타지세계와 신비한 무공과 역사가 서로 결합한 형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판타지세계가 지구의 중세인지가 불확실합니다.
주인공 박경섭은 30대 초반으로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다 주민에게 갑질을 당했고, 화풀이 술에 취하여 자다가 일어났는데, 판타지세계의 다인 바크만 하사로 깨어납니다. 다행히 바크만의 기억도 같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응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리고 카토그라퍼 능력을 각성합니다. 이것은 현재 위치의 좌표와 대상의 좌표를 저절로 떠올릴 수 있는 초능력이죠. 이 초능력 덕분에 적의 위치를 알 수 있고, 습격을 하거나 습격을 회피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에 점점 더 능력이 증대하고, 무공 능력도 갖게 됩니다. 바크만이 잠들면, 현실의 박경섭으로 깨어납니다. 바크만과 박경섭 사이에는 아공간이 생겨나서, 금화나 비누나 말 안장이나 손거울 같은 것을 주고받게 됩니다. 아공간은 인벤토리 같은 것인데, 판타지소설 애독자들이 아마 제일 갖고 싶은 초능력이 아닐까요? 바크만은 초능력으로 인해서 신분이 하사에서 기사로 높아지고, 작위도 받게 됩니다. 박경섭은 바크만의 무공 능력과 아공간 능력으로 인해서 부자가 되고, 성공하게 됩니다. 로또를 맞은 것보다 더 좋은 일이 벌어진 것이죠. 부럽습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이 작품에서 제가 관심을 두는 부분이 또 있다면, 중세 유럽에서 작위를 가진 사람들의 여러 가지 사고 방식입니다. 현대의 한국은 신분 차별이 없는 세상이기 때문에 도리어 신분 차별이 있는 판타지세계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지요. 로마제국이 분열하고 멸망하면서 제국의 각 지역을 지배하던 세력들이 각자 영역을 확보하여 영주로 변합니다. 세금을 거두고 영역을 수호하기 위해서 병력을 양성하게 되는데, 그 중추가 바로 기사였죠.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욕심과 피를 불사하는 강한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살인마나 강도보다 더 심한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자한 영주이면서 동시에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주군입니다. 소설을 읽음으로써 독자는 이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게 됩니다.
중세 유럽의 상황을 엿보게 되는 설명들이 나옵니다. 작가님이 아마도 대학에서 서양중세 역사를 열심히 공부를 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합니다. 어떤 책을 읽으면 되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수능점수를 따려고 배우는 세계사에는 안 나오는 내용들이니까요.
이 작품에서 정말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오타가 너무 많이 나오고, 띄어쓰기가 틀린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어떤 글이든 쓰다 보면, 오타가 발생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 봤기 때문에 오타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입니다. 오타는 가독성을 낮추고, 실망하게 만들기 때문에 반드시 교정해야 합니다. 작가님이 연재 중일 때는 오타 교정에 대해서 강하게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창작에 바쁜 분에게 교정까지 짐을 지우는 게 무리하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이 마음을 다쳐서 소설쓰기를 중지하면 큰일이잖아요... 하지만 작품이 완결된 이후라면, 오타 교정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문피아의 시스템이 연재된 작품의 오타 교정을 허용하는지 불허하는지 여부는 모릅니다. 띄어쓰기를 틀리지 않으려면, 두 가지 방법을 추천합니다. 첫째는 잘 교정된 기존의 소설을 천천히 읽으면서 띄어쓰기 감각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둘째는 한글 워드프로세스나 맞춤법 교정기를 이용해서 반자동으로 교정하는 방법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왕래자]를 복습하는 중인데, 문득 마음이 동하여 다른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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