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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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59 데에굴
작성
23.08.01 00:42
조회
676
본 작품을 읽다가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묘하게 분위기가 이제는 제법 시간이 흘러 잊고 있었던, 한 만화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형민우 님의 <프리스트> 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잠깐 만화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gothic 풍이라 부를법한, 중세 기독교 배경의 다크 판타지 작품으로 인체 묘사에서도 곡선을 자제하고 마치 천상에 닿으려던 성당 건축같이 길쭉한 선으로 묘사했고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를 위해 여백을 다 검게 칠해서 인물과 컷들이 마치 깊은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는 듯 했었습니다.


기다리던 단행본이 나오면 다다닥 달려가서 대여한 뒤 바로 읽어내려갔고, 다 읽고 나면 도리어 갈증을 느끼며 허탈해지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여백에 칠해진 검은 잉크가 손에 묻어나온 것을 바라보며 현실로 돌아온 것을 체감했더랬죠.


왜 본작을 읽으면서, 묻어날리 없는 검은 잉크를 걱정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20년도 훌쩍 넘긴 제 추억 속의 만화를 떠올릴만큼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생각되어 추천글을 아래처럼 적어봅니다.


작품의 배경은 인세에 지옥이 점차 다가오며 악마와 그 악마의 노예와 다를바 없는 흑마법사들이 창궐하는 시대입니다. 지옥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세상에서 (작품의 시니컬한 표현으로는 “옆집 춘식이도 흑마법사가 되는 세상”에서) 주인공은 흑마법사이나 현재는 악마와의 계약을 깨뜨리고 온갖 페널티를 뒤집어 쓴 채, 악마의 추종자들로부터 숨기 위해 이단 심문관으로 취직했습니다.


강력계 형사를 오래하다보면 본인도 사고방식이 범죄자를 닮아간다는데 본인이 뛰어난 흑마법사였던 주인공에게 도시의 잡스런 흑마법사를 때려잡는 일은 아르바이트 수준으로 손쉬운 일입니다만, 슬슬 세상이 미쳐돌아가며 여러 인물들이 꼬이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음... 어째 설명하다보니 음울한 고딕풍 다크 판타지가 아니라 무슨 코믹물같이 느껴지는데, 제 요약이 부족한 탓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유머러스한 장면도 꽤 있는듯합니다)


특히나 몇몇 만화처럼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주는 장면들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설정도 흥미롭고요.


예를 들면, 첫화에서 주인공은 무덤을 제 힘으로 파는 도굴꾼정도 이미지였습니다. 그리고 무덤까지 안내한 묘지기가 패거리를 데려와 주인공 통수를 치려합니다. 드디어 처음으로 주인공이 흑마법사로의 능력을 드러내려는 순간의 포스 넘치는 모습을, 어둠 속에서 반딧불처럼 밝아졌다 어두어졌다를 반복하는 담뱃불을 사용해 묘사하는 장면이 어둠과 흑마법이 잘 어울려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흑마법사의 특징을 묻는 질문에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고 답하는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말 그대로 아무리 슬프고 비통해도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악마에게 감정을 잠식당해 슬프고 비통해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일까요? 마치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니 관심이 없는 소시오 또는 사이코패스마냥?


그런가 하면, 도시의 유력자로 진짜 모습은 수준급 저주를 사용하는 흑마법사가 악마까지 소환하여 주인공에게 저주를 걸려하지만 소환된 악마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저주를 건 흑마법사에게 “저 자에게는 이미 저주가 가득 차 있기에” 라고 말하는 장면은 주인공이 짊어진 페널티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웁니다.


잡설이 길었군요, 아직 편수가 많지는 않은데 벌써 여러편의 추천사가 있고 특히나 오늘 저를 갑자기 이십여년 전으로 추억여행 보내준 작품으로 인하여 수다가 늘어졌습니다. 각설하고, 다음 문장으로 추천을 맺겠습니다.

교회도 타락했고 허접한 흑마법사들이 판치는 지옥으로 가라앉는 세상에서, 신에게도 악마에게도 귀속되지 않은 오롯이 인간이길 선택한 주인공을 여러분께 추천드립니다. (십자가에 못박혀 지상의 불의에 무력한 신에게 의지하지 않고 직접 악을 벌하려 스스로 악마의 길을 걷던 프리스트의 주인공이 그래서 떠올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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