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탔습니다.
사람이 적당히 북적거려서 은근히 기분나쁜 정도의 지하철이에요.
땀도 좀 나고, 오늘따라 날씨도 습해서 불쾌지수가 빡돌만큼의 환경입니다.
그래도 내가 어쩌겠어요 먹고 살라면 가야지
그래서 열심히 손잡이 쥐고 가고 있는데 누가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네요?
기분이 오지게 나쁩니다.
그래도 그럴 수 있겠거니 하고 넘어가려는데
저 개새끼가 지나가면서 나를 힐끗 노려보고 가는 겁니다.
빡치죠?
지가 와서 쳐받아놓고 행패는 지가 부립니다.
게다가 같이 노려보기도 전에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나는 쫄아서 가만히 있는 놈이 됐어요.
그렇다고 불러 세우자니 쪼잔한 놈 같아요.
그래서 속으로만 욕 한마디 해주자고 생각합니다.
거 존나게 야리네 씹새끼가.
“ 거 존나게 야리네 씹새끼가.”
근데 그게 입밖으로 나왔습니다.
“ 뭐 이 새끼야?”
아까 지나간 새끼가 쳐다보네요.
좆됐습니다.
속으로 하려고 했던 말이 무심코 튀어나왔어요.
그렇지만 은근히 시원하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가볍게 한마디 해도 누가 무시 안당할 정도의 힘도 좀 있으면 청량감이 배가 되겠지요.
이 소설은 헌터물입니다.
주인공이 각성을 하고, 회사를 때려치고, 유명한 헌터가 되죠. 사냥을 하고, 막 사람들이 계약하자고 들이밀고 치켜세워줘요.
예상이 가죠? 뻔합니다. 전개는 뻔해요.
근데 필력이 아주 뒤집니다.
아까 전에 말했던 사이다들을 유쾌한 코미디를 가미해가며 매화 곳곳에서 작게 작게 터뜨려요.
다른 사이다 패스 처럼 막 때리고 죽이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 짜릿해요.
현실적으로 왠지 있을 법한 느낌 덕분에 크게 와닿는데 현실감 있는 대사에 코미디가 더해지니 은은하게 시원한 느낌을 계속 주는 겁니다.
과하게 달지 않고, 과하게 따갑지 않은 탄산인 셈이죠.
후빨은 여기까지 하고 장점이랑 단점만 딱 정리하겠습니다.
장점
1. 대사가 생동감 있음. 글을 읽을 때 ‘ 엥? 이건 좀...’ 싶은 부분이 없어서 물흐르듯 읽힘.
2. 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작가 나름의 세계관이 설정 충돌 없이 잘짜여있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판타지’적인 면모를 잘 살림.
3. 각각의 캐릭터들의 개성이 살아있음. 물론 아직 기억에 남는 주연은 주인공이랑 권하신 트레이너 밖에 없지만 이 둘의 캐미만으로 충분하긴 함.
4. 주인공의 설정에서 오는 개그가 기막히게 웃김.
단점.
1. 글의 호흡이 김. 다른 빠른 소설들에 비해 이야기 전개 속도가 느린 편. (물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인데 일상물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납득이 가는 부분.)
2. 초반부에 설명이 과도할 때가 가끔 있음. 그렇지만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하면서 권트레이너라는 캐릭터로 설명이 대체되어 조금 덜해진 편.
3. 주인공이 소시민 적인 면모와 욕설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음.
호불호는 분명한 소설입니다만, 저는 작가 특유의 개그코드가 자꾸 생각이나서 하차하다가도 다시 찾게 되더라구요.
한번 먹어보십쇼들.
츄라이 츄라이.
찬성: 
반대: 
플라나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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