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기괴한 작가 신수지의 광기 어린 글입니다.
강남 부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봤을 로또 1등에 관한 이야기를 절반은 스릴러 그리고 절반은 서스펜스 형태로 풀어나간 글인데, 우리네 소박한(?) 꿈을 대변하는 스물아홉의 고시생 강만구가 육지송이란 선배로부터 미래의 로또 회 차 당첨 번호를 받으며 일어나는 일들을 써 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어느 날 로또 번호를 받게 되고 그동안 무시 당해왔던 과거를 보상 받고자 전 여친을 찾아가기도 하고 사소한 접촉사고에도 대범하게 수표를 꺼내는 등 우리가 평소 상상하며 키득거렸을 법 한 일들을 실제로 하면서 과거에 대한 일종의 보상을 받기 위해 거만하게 현실과 부딪힙니다.
하지만, 그 로또가 어느 조직에 의해 기획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로부터 그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는 줄거리인데 언뜻 보면 과거 로또 조작설 등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도 같습니다.
지금 까지 읽어본 바에 따르면 작가의 글은 추리소설의 진행을 착실히 따르는 편입니다만. 무엇보다 높게 쳐주고 싶은 것은 주인공이 느끼는 심장의 두근거림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글을 읽어가며 알아내려 했지만 그것은 아주 나중에야 그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공포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단순한 돈에 대한 공포에 더해 어떻게든 이 상황은 모면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 정작 상황이 정반대로 가는 것에 대한 공포.
이것은 절망과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인간의 공포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만 나타나는 것인데 이 작가는 얼마나 약아 빠졌는지 그것을 잘도 이용해 먹습니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처음 볼 때 이것이 검은 돈이란 걸 알아차립니다.
왜 일까요?
간단합니다. 이미 읽어나가고 있는 당신이 무서워졌기 때문입니다.
이 작가는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물을 써도 충분히 기괴한 공포를 안겨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마치 마녀 토미에를 앞세운 이토준지의 공포만화를 보는듯한 느낌인데, 인간의 본성을 그만큼 철저히 연구했다고 여겨집니다.
이렇듯 간사하고 탐욕스러우며 비열한 인간 본성에 관한 냉철한 분석이 이 글의 크나큰 장점입니다.
대단히 훌륭한 글임에도 작가는 이곳 문피아에서 그닥 드러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여러분이 악마를 만나고 싶다면, 또는 그 악마가 우리가 숨은 곳을 알면서도 입 꼬리를 올리며 일부러 지나치는 공포를 느끼고 싶다면 이 글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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