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물이 많아지고, 이제 정말 인기 있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 장르가 인기가 많아지만 그 장르의 새 작품들이 늘어나고, 새 작품들이 늘어나면 기존 작품들과 다른 길을 가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들이 늘어나지요.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제 문피아에서 대체역사물도 초반부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작품 숫자가 쌓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요즘 종종 듭니다.
기존에 많이 보이던 초반부 중 하나는 조선의 왕 중 한 명으로 환생하는 초반부였습니다. 이 초반부는 흠잡을 곳 없이 탄탄한 초반부였고 또 범용성이 좋았습니다. 왕만 바꾸면 또 시대가 달라져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졌으니 말입니다. 저도 이런 초반부를 여전히 좋아하고 매력이 있다고 느끼지만, 이 초반부가 가지는 구조 때문에 살짝 질릴 때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왕으로 태어나면 그 배경이 궁궐로 한정되기 마련이거든요.
궁궐 내부의 이야기도 나름 재밌긴 하지만 많이 보다 보면 질립니다. 게다가 왕으로 환생한 이상 굵직한 정책을 세우고 거시적으로 흐름을 이끄는 건 필수적입니다. 왕으로 환생했는데 소소한 일들에 끼어들게 되는 건 좀... 안 맞죠.
물론 이해합니다. 조선에서 왕이 아닌 다른 인물로 환생하는 건 그 또한 여러모로 장벽이 있으니 말입니다. 조선에서 왕이 가진 힘은 너무 절대적이고, 또 숙청에 능한 왕도 여럿 있기 때문에 그 밑에서 신하 노릇을 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독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잘 조절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고요.
이런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는 없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다행히도 새롭게 생겨난 유행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 밖의 대체역사물입니다.
사실 조선만 배경이 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잖습니까. 아예 시대를 18세기나 19세기, 20세기까지 바꾸거나 조선 밖의 인물로 환생하면 그 특유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작품들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에 유독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 눈에 띄면 또 다른 작품들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 되죠.
조선 왕이 아닌 대체역사물이 가진 장점은 초반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그 시대의 현장감입니다. 궁궐 안이 아닌, 그 인물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겪는 것들이 신선한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부분이라면 반가운 마음으로, 평소에 몰랐던 부분이라도 흥미로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마적에서 대원수’는 오래간만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대체역사물이었습니다. 주인공은 현대인이 아닌 그 시대 인물이고, 동학 운동이 실패하고 나서 북쪽으로 달아났다가 운명에 휘말려 마적으로 새 삶을 시작하게 되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들으면 너무 불친절하지 않을까 싶지만, 이 소설은 현대인이 아니더라도 꽤 공들여서 배려를 해놓은 소설입니다. 일단 1화에서 주인공이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고 시작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주인공이 북쪽으로 도망치고, 그 주변 사람들과 만나고, 관계를 쌓고, 성장을 해나가고... 이런 재미들이 신선했고 또 즐거웠습니다. 주인공이 왕이었다면 이러지 못했을 겁니다. 밑에서 올라가는 재미와 기대감은 이런 구조에서만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구조의 힘으로만 굴러가는 작품은 아닙니다. 오히려 작가님의 힘이 더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구조 안을 채운 작가님 특유의 스타일은 위에서 말했듯이 생생한 현장감을 줍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고 장황한 거 같습니다만, 이런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이 작품이 계속해서 잘 연재된다면 정말 기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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