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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84 4007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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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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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웹소설 > 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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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귀, 환생, 빙의, 이세계 진입 등의 이른바 “인생 2회차” 설정이 편한 이유는 캐릭터 설정을 작가의 마음대로 주물러도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성장에는 온갖 시련과 고뇌가 뒤따르기 때문에 “성장 소설”이라는 분류가 따로 있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장르 소설에서는 스테이터스창의 레벨 업 경험치 정도로 표시하곤 한다. 독자가 알아보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등장인물의 변화에 깊이 공감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이런 무미건조함을 보완하기 위해 독특한 설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약 먹는 천재마법사”에서처럼 지능에 포인트를 올인한, 육체 능력은 바닥을 기는 주인공도 그런 식으로 탄생한다.


  따지고 보면 ‘머리 좋고 몸은 약한’ 캐릭터는 꽤나 고전적인 설정이긴 하다. 무협 소설만 보더라도 머리는 천재적이지만 수명은 짧은 구음절맥이 있으니까. 앉아서 공부만 하다보면 체력은 약해지기 마련이니 꽤나 현실적인 반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소설의 주인공, 레녹 은 그런 지능 몰빵형 캐릭터의 극단에 속한다.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그”가 게임 캐릭터를 만드는 장면에서 소설이 시작되고, 예전에 마법사와 총잡이의 하이브리드 진화형인 마총사를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경험이 있던 그는 이번엔 아예 마총사 특화 캐릭터를 키우기로 결심한다.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재능 포인트를 모조리 마법 관련 능력에 몰아넣은 것으로도 부족해서 온갖 부정적인 옵션까지 넣어가며 확보한 포인트를 마법에 투자한다.


“타고난 저질체력, 불면증에 마력을 오래 사용하면 중독증세에 시달리고 과한 재능으로 수명이 반토막 난데다 움직일때마다 온몸이 삐걱거리는 환자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고작 게임 캐릭터일 뿐이다.”


  그리고 캐릭터 생성 버튼을 누르기가 무섭게, 그는 그 결정을 후회하게 된다. 자신이 만든 바로 그 캐릭터에 빙의가 되어버렸으니까. 게다가 시작부터 노예로 깨어나는데, 허약 체질의 신체가 중노동을 견딜 수 없으니 남은 수명이 몇 년 단위가 아니라 며칠 단위로 세어야 할 수준. 곧 죽을 운명이었던 레녹을 살려준 것은 본인의 뛰어난 정신력과 마력, 그리고 레녹을 불쌍히 여긴 동료가 죽기 전에 고통이라도 덜라며 입에 물려준 싸구려 마약 한 개피. 마약 덕에 통증이 가신 레녹은 힘을 짜내 공장에서 탈출하고, 거대 도시의 청부업자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분류는 판타지, 현대판타지로 되어있는데 읽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 사이버펑크네!’를 외치게 된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는 말처럼,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과 마법은 물론이고 밀리터리 매니아들을 만족시키는 화약무기까지 적절하게 섞인 환상적인 세계를 볼 수 있다.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 뿐 아니라 구역별로 갈리는 천국과 지옥, 기업들의 횡포, 공무원들의 권력 남용, 그 속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는 특권층과 도시 외곽 무법 천지의 갱스터들이 만들어내는 디스토피아적인 사회구조 역시 아주 마음에 드는 부분.


  현재 120여화 연재중인, 초반을 넘어 중반에 접어든 소설. 캐릭터를 비롯해 여러 가지 설정이나 세계관, 전투 장면 묘사는 괜찮지만 글 전반적으로 봤을 때 괴수급 필력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복합적으로 사건을 엮어서 하나의 큰 이야기로 전개시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그만 에피소드로 쪼개어 진행시키는 바람에 “주인공이 의뢰를 수행하고 돈을 번다 - 더 비싼 마약이나 장비를 산다 - 더 강해진다 - 더 어려운 의뢰를 수행한다”의 반복이 심해지는 것 역시 불안 요소. 그러다보니 ‘적의 보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 빈 집을 털어? 보스가 중간에 갑자기 돌아오겠구만’하는 정도의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게 되어버렸다. 아직은 중반인데다 짧게 끊어서 연재하는 웹소설 특성상 치명적인 단점까지는 아닌데, 한 번에 몰아서 보거나 후반으로 이어지며 계속 반복된다면 작품성을 심각하게 갉아먹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의뢰 하나 시작하고 끝날때마다 주인공이 자아성찰 내지는 다짐을 하며 손발 오글거리게 만드는 것 역시 내 취향은 아니다.

“애써 억누르려고 하지만, 이렇게 전투가 끝나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거닐 때마다 - 자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의 그에게 주어진 냉정함과 침착함이, 레녹이라는 인간이 단지 이 재능이라는 칼날을 휘두르기 위해 만들어진 손잡이일지도 모른다고…. 고민은 길지만, 여전히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스스로의 정체성이나 자아실현에 대한 이야기는 집어치우자. 답은 쓸데없는 상념과 번민이 아니라, 이 세상의 비밀 너머에 존재하고 있을테니.”

  애써 억누르려고 하지만 말고 그냥 하지 말라고… 제발. 할 말 다 해놓고 집어치우자고 다짐하면 어쩌자고… 라는 반응이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업데이트 되면 최우선적으로 읽는 작품 중의 하나인데, 무엇보다도 글의 진행이 “다른 사람이 진행하는 재미있는 게임 방송”보는 듯한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잘 짜여진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에 평타 이상은 치는 필력을 버무려서 현장감있게 글을 쓰다보니 잘 쓴 문학작품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도 재미있는 게임 플레이 보는 듯한 기분은 든다. 상대적으로 불모지인 SF라는 장르에서 이만큼 선방하기 힘들다는 것 역시 이 소설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 오크와 엘프가 판타지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고 구파일방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한 마당에 입에 마약 물고 샷건에 마법 묻혀서 쏘는 주인공이 기업 비밀이 들어있는 USB를 탈취하는 이야기 하나쯤 있어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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