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판타지 #프랑스 #벨에포크 #악마사냥
무릇 좋은 글을 쓰는 작가란 독자들에게 그럴듯한 거짓말을 들려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정교하게 잘 짜여진 허구 속에서 독자들은 반쯤 눈이 멀어 취해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럴듯’ 해야만 유의미할 겁니다.. 어딘가 허술해보이는 세계관, 조악한 네이밍 센스, 분위기를 깨는 단어 사용은 독자들의 몰입을 깨게 만들기 마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참 그럴듯하게 잘 짜여진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세기 벨 에포크 시대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어반판타지. 키워드만 나열해도 범상치 않아 보이지 않습니까? 본문은 더 범상치 않습니다. 숨 쉬듯 흘러나오는 프랑스어 고유명사와 19세기 프랑스의 역사적 배경 설명까지. 이 소설을 가볍게 볼 생각이라면 썩 물러가라는 듯한 조합이죠.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 <벨에포크의 이방인 사냥꾼>의 진입장벽은 꽤나 높습니다. 르 샤 누아, 앙쥬, 캬비네 누아… 초반부터 나오는 프랑스어 고유명사의 향연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듭니다. 이런 종류의 소설이 취향이 아니라면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할만큼.
그러나 반대로 말하자면, 이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만족하고 볼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19세기 파리를 눈앞에서 보고 묘사한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내는 서술은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프랑스인으로 빙의한 주인공의 시선은 실제 프랑스인의 시선과 닮아있으며,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그 시대 사람들처럼 말합니다.
반면 어두운 밤 혹은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악마 사냥은 몽환적으로 그려집니다. 또한 마녀와 악마들은 비이성적이고 비현실적으로 서술됩니다. 툭 튀어나온 못처럼 이질적인 서술로 진행되는 뒷골목의 이야기는 독자들의 눈길을 끕니다.
표면세계와 비정상적인 이면세계의 간극. 어반판타지는 그 간극이 주는 몽환과 신비함이 재미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있을법한 풍경 속에 감춰진 어둠이란 주제는 항상 가슴을 뛰게 만들지요.
이 작품의 첫 장면에서 주인공은 주언은 담배를 사러 밤거리로 나왔을 뿐입니다. 일상적인 일이죠. 평소와 똑같은 거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담배 가게.
그러나 돌연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주언은 단 한 번도 들어가보지 않았던, 폐업한 듯한 카바레에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서게 됩니다. 그리고 그건 일상 속에 숨겨진 어둠이었습니다. 아주 잠깐 사이에 주언은 19세기 프랑스 사람으로 변해있었고, 심지어 그곳에는 악마와 괴물이 존재하는 세계였으며, 천사는 그에게 악마사냥꾼이 될 것을 종용합니다.
그렇게 주인공은 악마사냥꾼이 되어 도시 속 악마들을 사냥하기 시작합니다.
초반 줄거리를 짤막하게 요약하면 그런 내용입니다. 어반판타지를 좋아하거나, 산업시대 배경을 좋아한다면 자신있게 이 작품을 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한동안 휴재중이었지만, 요즘 다시 성실하게 연재 중이니 연중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예전에 보다가 잊고 있었던 독자라면, 한 번 다시 정주행 해보는건 어떠십니까?
찬성: 
반대: 
컵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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