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vr에 입문하고자 하는 평범해 보이는 미혼남성이다.
9800원의 의심스러운 가격의 고글형 vr을 구매한 주인공은 이를 통해 곤란에 처한 타차원의 누군가에 빙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 보면 흔하디 흔한 빙의형 옴니버스 소설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다만, 그 빙의해서 해결해야 하는 미션들이 하나같이 기괴하다.
마녀에게 희생당해 괴물로 빚어진 한맺힌 희생자의 복수를 막아서, 마녀를 살려낸다던지...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미끼로 이용하고자 하는 사이코패스 마교교주를 마신이 되도록 돕는다던지...
어느 기업의 핵심기술을 강제로 탈취하기 위해 비밀요원을 파견한 어떤 나라의 욕망을 실현시켜준다던지...
미션이 하나같이 악을 지켜내고 정의를 몰아내어 마침내 세계 종말에 이르게 할 단초를 제공할 법한 것들 투성이다.
주인공의 인성에 대한 떡밥도 작품의 중간중간에 나온다.
상대에 대한 공감은 애초에 고민조차 하지 않고, 미션의 효과적인 수행을 위해 그 어떤 잔혹한 짓도 서슴치 않는다.
단지 시간벌이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미끼로 몰아 죽음에 이르는 계획을 제안하는가 하면, 첫 살인을 하면서도 이내 자기합리화 하고 가볍게 넘어가는 부분을 보며, 작가의 캐릭터 분석이 뛰어난 것인지 아니면 작가 스스로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인지 망설여야만 할 정도로 주인공은 사악한 사이코패스다.
본 작품은 철저히 악인의 관점에서 세상의 멸망으로 이끄는 스릴러에 가까운 소설이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심리적 트릭도 갖추고 있다.
주인공을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게끔 하는 함정카드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각 사건들도 선과악의 경계 어딘까에 걸처있는 것처럼 애매하게 묘사하여 독자의 혼란을 유도한다.
이런 독자와 작가간의 심리전도 흥미로운 요소라 하겠다.
본 작품은 작중 주인공이 사는 현실세계의 설정도 매우 짜임새 있게 디자인했다.
현실에서도 벌어지는 외계침공의 이유를 멸망한 타차원의 난민들이 일으키는 해프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누군가에 의해 공격받고 멸망한 자들이 생존을 위해 지구로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멸망을 막기 위해 죽어야만 했을 악인을 살려내어 결국 세상을 멸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아마 주인공일 확률이 높다.
주인공이 활약할 수록, 지구는 더 혼란스러워 지고, 멸망에 가까워 지는 아이러니는 제모를 한 종업원이 헐리우드에서 알비백을 외치던 타임패러독스물 영화 털민웨이터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거 게임 아님...
사이다전개 고구마스토리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쯤 찌쿠머쿠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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