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돌 전쟁] 추천합니다.

일곱 돌 전쟁

글

역우

 이제 10화 남짓 읽었을 뿐이지만 도저히 두근거림을 참지 못해서 추천 글을 씁니다.

 정말 굉장한 글입니다. 첫화를 보는 순간부터 완전히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이 도대체 어디서 무슨 일을 하시다가 오신 건지는 모르겠는데 인물의 행동이나 말을 통해 심리를 묘사하는데 아주 탁월합니다. 첫화에 등장하는 박토 장군이 목이 잘려 온 아들을 보고 담담하게 “그는 바라지도 않았던 아들의 생환을 절실히 기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라고 묘사하는 장면이 바로 그렇습니다. 그 어떤 설명충이나 외부의 개입이 없이도 작품을 완벽하게 표현해 내는 능력이 일품입니다. 박토 장군의 이미지는 단 첫화만에 “비겁한” 살아남은 장군이 되었다가, 제국의 공세에 쓰러져 가는 왕국의 마지막 남은 “보루”가 되었다가, 아들에 대한 오만 걱정을 무심히 눌러삼켜야 했던 “아버지”로 몹시 자연스럽게 흐릅니다.

 작가님의 이러한 필력은 작품의 세계관을 묘사하는데도 한 점 모자람 없이 발휘됩니다. 세계관 자체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는데, 제 소견이지만 이영도 작가님의 수작 [눈물을 마시는 새]를 처음 접했을 때와 느낌이 유사한 것 같습니다. 일단 ’한국형 판타지‘라는 소화하기도 접근하기도 힘든 장르를 잘 풀어내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을 완전히 ‘한국형 판타지’라고 분류하기는 어렵겠지만,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고유 명사들에서 한국적인 냄새가 강하게 납니다. 박  토, 박 탄, 미령, 태완, 주연, 처수. 하현달, 부름돌, 새벽별 등. 자칫 기존의 반복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악 정도로 여겨질 수 있는 동양적 요소들을 아주 능숙하게, 그리고 위하감 없이 사용합니다.

 [일곱 돌 전쟁]은 이미 멸망한 구시대(아마 극도로 발달한 현대) 이후 시작된 신시대에서, 오염된 바다와 ‘녹색 장벽’, 일곱 돌, 그리고 흔적만 남은 과거의 유산만을 물려받은 인류의 세상입니다. 울기 왕국을 침략한 제국에게 왕국의 공주는 천재적인 지략을 발휘해 맞서지만, 결국 견디지 못하고 왕국은 무너져버립니다. 왕은 참수당했고, 병사들의 태반이 전사했으며, 왕국의 마지막 보루였던 박 토 장군마저 죽었습니다. 그러나 공주만은 남았습니다. 나이아 나즈윈, 울기 왕국의 별이자 새벽. ‘새벽별’이라고 불리는 그녀는 천재적인 지략가에 나이 이상으로 성숙한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많이 어리고, 무엇보다도 온 왕국을 잃어버린 그녀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것인지, 기대가 많이 됩니다.

 무료입니다. 그럼에도 벌써 148편에 달하는 양이 쌓였습니다. 한 회 한 회 분량도 굉장히 많습니다. 작가님이 몹시 성실하셔셔 주 5회 연재를 하시기 때문에 충분히 마지막까지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워낙 기라성 같은 작가님들이 많다 보니 놀랍고 빼어난 작품들은 많았지만, 지금껏 저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작품으로는 딱 두 개 [갑각나비]와 [눈마새]를 꼽았었는데, 이 작품이 완결되면 하나가 늘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부디 작가님께서 건필하시길 바라며 이만 미흡한 추천글을 마치겠습니다.

*간단 요약 정리

1. 인물 심리 묘사 좋아. 상황 설명 자연스러워. 세계관 언급도 적당해. 그냥 필력 쩔어! 

2. 동양적 요소가 섞인 세계관. 독특하지만 자연스럽고, 위화감이 없다. [눈마새]와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

3. 무료다. 148회 - 양 무지 많다. 한 회 분량 길다. 작가님이 성실하시다.